회계사법 개정안, 회계법인의 비감사업무에‘세무조정’포함

 

최근 회계법인의 감사대상기업에 대한 컨설팅 금지와 관련하여 정부가 내놓은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이 당초 입법예고되었던 개정안 보다 크게 완화되어 전면금지에서 부분금지로 후퇴하면서 각계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개정안에서 겸임허용키로 한 현행 회계법인들의 비감사업무에 세무사의 주 수입원인‘세무조정’이 포함됨에 따라 앞으로 세무업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회계사와 세무사간의 큰 마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위하여 마련하였던 피감사기업에 대한 비감사업무 겸임금지안이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성과 없이 결론나게된 것은 당초 ‘회계투명성제고’ 와 ‘이해상충방지’ 라는 당초의 법개정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사실 회계사의 겸임금지는 외환위기 발생시 제시된 세계은행(IBRD)의 회계제도 개혁권고안에 따라 회계감사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업과 회계법인의 공생관계 때문에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것은 우리나라 회계제도의 국제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동일 회계법인에서 감사와 컨설팅을 함께 받는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수는 2000년 134개에서, 2001년 157개 그리고 2002년에는 163개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체 12월말 결산 상장기업 561개 가운데 14.1% 인 79개 사는 3년 연속 동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와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동일회계법인의 감사대상기업 컨설팅업무 전면 금지

 

회계제도의 선진화는 우리끼리 타협하여 독자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 발전추세에 부응할 수 있도록 회계제도의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회계제도발전의 본보기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분식회계방지를 위하여 동일회계법인의 감사대상기업에 대한 컨설팅업무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는 물론 컨설팅겸임이 필연적으로 회계법인과 회사와의 유착을 통해 회계분식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회계법인이 수익구조를 내세워 이해상충업무의 겸임을 주장하는 것은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법개정 취지에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회계제도의 국제적 발전추세에도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감사대상기업에 대한 컨설팅ㆍ세무조정 겸임 재검토돼야

 

같은 맥락에서 현재 관행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감사대상기업의 세무조정업무까지 겸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세무조정의 공정성 확보와 업무의 이해상충방지의 관점에서 볼 때 마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법개정이 실제로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것이라면, 회계법인들의 감사대상기업에 대한 컨설팅 및 세무조정업무의 겸임을 현재의 여건이나 관행에서 바라보지 말고 향후 전개시켜 나가야 할 우리나라 회계제도 국제화의 관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 373호 (2003.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