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던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작업이 백지화됐다. 징계권이 이관될 경우 국세청이 줄곧 강조해온 ‘국세행정의 동반자’로서의 관계유지도 사실상 어렵게 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1일 국무회의의 안건 상정 철회로 세무사 징계권을 재정경제부에 계속 두기로 한 것은 세무사회 회장단을 비롯한 세무사업계가 한 목소리로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이관반대를 주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신임 집행부는 취임 벽두부터 재경부와 관계기관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건의문을 전달하고 이관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은 납세자들이 세무업무를 세무사에게 맡기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세정방침에 따라 세무사들에게 많은 업무를 넘기는 대신 책임과 윤리의식을 강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납세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세무사를 불신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납세자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직접적 과세권자가 납세자를 대리하는 세무사를 징계한다는 것은 사실상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당초 재경부에 세무사징계권이 주어졌던 것도 세무사가 과세권자와 납세자의 중간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닌 조정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와 납세자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고 구속받지 않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다. 과세주체인 국세청이 징계권을 갖게될 경우 중간 조정자인 세무사의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은 훼손되고 이는 세무사제도의 도입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공인회계사 등 유사자격사와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현재 공인회계사의 징계권이 재경부에 있는 것을 비롯해 변호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의사 등의 징계권도 각 주무장관이 쥐고 있다.

 

재경부의 감독을 받고 있고 유사한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자격자인 공인회계사의 징계권이 재경부에 존치되는 상황에서 세무사의 징계권만 국세청으로 이관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차원에서도 납득되지 않는다.

 

이같이 납세자의 권익보호에 역행하는 정부방침에 대해 국회 상임위에서도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재정경제위 나오연 위원장과 구종태 의원이 징계권의 국세청 이관을 강력히 반대했다.

세무사제도 선진국인 독일 등은 세무사 업무의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를 위해 과세관청이 갖고 있던 징계권을 완화해 관련 협회에 이양했다. 일본 미국의 경우도 징계권자가 우리나라의 재경부장관에 해당하는 재무대신과 재무장관으로 돼 있다.

 

신임 집행부의 끈질긴 이관반대 노력으로 징계권의 재경부 존치가 결정되긴 했지만 여기에 자족해선 안된다는 게 세무사업계의 반응이다. 현 정부의 세정혁신 방향에 부응하는 세무사업계의 자정노력 등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세무사회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이용섭 국세청장도 “세무행정의 동반자가 되달라”는 주문과 함께 세무사회의 자정노력을 강조했다. 많은 역할과 일거리를 약속한 반면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한 것이다.

 

현 정부의 개혁적 성향을 감안할 때 이같은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징계권 이관문제와 같은 유사한 사안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이러한 측면에서 세무대리 질서유지를 위한 세무대리제도를 보완해 질서 문란자를 척결해 나가는 등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 369호 (2003.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