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25일은 세무사회에 큰 의미있는 행사가 치러진 날이었다. 국세청 개청 이래 37년, 세무사회 발족 이래 41년 만에 현임 국세청장이 세무사회를 방문한 것이었다. 물론 세무사회가 아닌 곳에서의 국세청장과의 만남은 여러 번 있었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침소봉대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몸소 이익단체를 방문했다는 것은 이용섭 청장의 용단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이익단체를 방문하는 것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권위적인 관선 청장에 비해, 최초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검증된, 친근한 소시민적 개혁성향을 가진 이용섭 청장의 방문은 ‘41년만의 방문…’이란 의미부여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이날 세무사회는 자축이라도 하듯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다. 본회 회장단과 임원, 지방세무사회장단, 서울ㆍ중부협의회장 및 간사 등 15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참석해 최초의 방문으로 무거웠을지도 모를 이용섭 청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한편, 국세청에서도 청장을 비롯 박용오 개인납세국장, 김갑순 공보관, 김재천 소득세과장, 안형준 비서관, 유의석 소득2계장, 최상로 소득3계장, 김진현 소득4계장, 심재결 조사관 등이 대거 참석해 국세청에서의 이번 방문에 대한 비중을 짐작케 했다.
카메라 앵글 속에 비쳐진 이용섭 청장 방문의 모습을 시간대별로 스케치해 본다.<편집자주>
이용섭 국세청장 세무사회 방문 스케치
○…2003년 6월 25일, 민족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6.25전쟁 발발 54주년이 되는 이날 서초동 세무사회관은 오전부터 큰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층 고조된 분위기에 분주한 모습.
은행회관, 마포, 서초동에 이르기까지 보금자리를 옮기면서도 이날처럼 큰손님이 세무사회관을 찾은 일은 전례가 없던 일로, 이용섭 국세청장의 한국세무사회 방문이 바로 그것.
이는 국세청 개청 이래 37년만이고, 한국세무사회 창립 이래 41년 만에 있는 공직사회와 전문가단체가 하나 되는 큰 의미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일대 전환점인 것.
약속된 시간 오후 3시에 맞춰 세무사회관에 첫 발을 디딘 이용섭 청장은 환영을 나온 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곧장 다과가 마련된 3층 회장실로 향했고, 미리 준비된 방명록에 친필로 ‘한국세무사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란 어구를 남기기도.
○…좌중이 정리된 후 정구정 회장은 직접 준비한 작설차에 물을 부으며 “구증구포(아홉번 찌고 아홉번 말림)한 차라 다른 차와 달리 맛과 향이 독특하다”며 차를 건네자, 이용섭 청장은 “좋은 차를 그것도 회장님이 손수 다려주니 감사하다”며 답례.
이 청장은 정 회장이 권한 차 석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 후, 임원들과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치고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6층 강당으로 이동.
○…한편, 그 시각 6층 강당에는 이미 회원 1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KBS, MBN 등 방송매체와 조세전문지 기자들이 취재차 세무사회를 찾아 개청이래 최초로 세무사회를 찾은 이 청장의 인기(?)를 실감.
임순천 연수이사의 안내에 따라 기립해 박수로 환영하는 회원들에게 이 청장은 일일이 묵례로 답을 하였으며, 자리에 앉아서는 “조용히 왔다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성대하게 환영해 주고, 격려해 주니 감사하다”며 “세무사를 배제하고 국세행정을 논할 수 없는 만큼 세무사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오늘 이 자리에는 그 부탁을 위해 참석한 것”이라며 세무사회 방문이 단순방문이 아님을 암시.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인사청문회를 거친 검증된 분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세무사회를 방문했다”며, “평소 세무사제도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고 회원들에게 이용섭 청장을 소개해 왠지 이용섭 청장과 ‘최초’라는 단어가 궁합이 잘 맞는 듯 보이기도.
○…이 청장은 1700년대 제정 러시아의 황제였던 피터 대제 때 시행했던 ‘수염세’를 예를 들면서 “처벌을 전제로 수염을 자르도록 했지만 수염을 신성시했던 슬라브인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자 수염은 기르되 ‘수염세’를 내도록 함으로써 수염이 모두 사라졌다”며 세금의 위력(?)을 언급하기도.
제 369호 (2003. 7.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