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날같지 않지!” ▲30년째 세무사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채수인 세무사(세무법인 택스월드 대표세무사)는 현재 세무사업계에 불어닥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모든 회원들이 ‘수수로 제값받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최근 세무사업계는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다.
자격사의 대량배출, 극심한 인력난, 타자격사의 업무침해 행위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이루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특히 포화된 시장체제에서 특화되지 못한 신규세무사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고들 말한다.
최근에는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덤핑 등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타회원의 거래처를 수임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개업을 서둘렀던 신규회원들은 좁은 시장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 합리적인 보수의 실현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무사회는 이처럼 회원사무소가 겪고 있는 어려움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세무사사무소의 보수현황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호부터 회원들의 경영현장을 직접 찾아가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편집자주>
윤리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서울지방세무사회 중부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는 채수인 협의회장(사진)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25일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채 회장은 전화기를 들고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토막토막 들려오는 소리를 짐작컨대 아마도 며칠 전 재경위 소속 이목희 의원이 재경부의 자료를 인용해 국감장에서 언급한 ‘세무사징계 강화’에 대한 논의인 듯싶었다.
통화를 끝낸 채 회장은 인터뷰에 대한 질의를 건네기도 전에 2장의 프린트물을 건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세무사징계 강화는 ‘어불성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면 그 숲의 참다운 면모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번 이목희 의원의 국감장 발언이 바로 그와 같다. 불합리한 규정으로 인해 양성된 징계처분 숫자만 보고 징계강화를 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채 회장은 구조적인 모순부터 해결한 뒤 논의돼야 할 사안들이 여과장치도 없이 국감장에서 논의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법원에서도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의 부당함을 인정한 마당에 내용은 무시하고 숫자만을 언급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윤리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을 밝혔다.
30년 전과 너무 다른 주변환경
채 회장은 올해 8월로 세무사개업 30주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세무사업계를 둘러싼 주변여건도 상당히 변했다고 말한다.
“굳이 30년 전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90년대 초반의 기장료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직원들 인건비나 물가 등은 지금의 절반 수준 정도여서 직업으로서 세무사의 직역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년 인건비와 물가는 10% 가까이 오르는 반면 기장료, 즉 세무사 보수는 하향 답보상태이다.”
현재 채 회장은 중구 을지로에서 40평 정도의 사무실에서 본인 포함 13명이 근무하는 세무법인 택스월드를 운영하고 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고
“현재는 200개 안팎의 개인사업자와 50여개의 법인을 수임하고 있다. 개인은 12만∼15만원, 법인은 20만∼30만원 정도의 기장료를 받고 있으며, 조정료는 그 차이가 심해 딱히 어느 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주변에 커다란 방산시장이 있지만, 신고대리 수임건은 거의 없으며 상담수수료는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외부활동이 많은 관계로 불복청구 등의 수임도 거의 없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1년에 총 수입이 대략 6억∼7억원 사이를 오가는 것 같은데 빠듯이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정도”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 직원도 줄이고 사무실도 한 칸 줄여서 사용하고 있다. 수입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나가는 경비는 계속 늘어나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사무실도 월세를 내던 것을 전세로 돌려 불필요한 지출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있다.”
그나마 직원들이 일일이 관리했던 거래처 수금 문제는 많은 거래처가 CMS로 전환을 동의해 줘서 인건비 절감에 다소나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파이를 키울 수 없다면 입을 줄여라
“우선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있은 후에 외부상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간 덤핑 등에 의한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일률적으로 정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인건비 및 기타 상승하는 제경비 등에 합당한 수준의 보수를 받아야만 한다”
채 회장은 세무사회는 세무사사무소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인력뱅크 제도를 상설화해서 적시적소에 빠르게 인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정부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세무사는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자격사임에도 2002년부터 최소합격 인원제를 도입해 선발인원을 확대하는 바람에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변호사·회계사를 포함해 한해에 쏟아지는 세무사자격자가 3천명에 가깝다. 업무영역을 확대해 주지는 않고 자격사만 늘려 놓는 현 제도의 문제가 세무대리 시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던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자칫 세무대리시장의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사법보좌인 제도처럼 세법과 관련된 소송대리를 확보하고, 기장업체에 대한 기업진단 허용, 통합 4대보험 업무를 반드시 세무사가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새로운 업무영역 확대를 위해서라도 전회원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마친 채 회장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어쩌면 지난 1991년 가을 회원들의 뜻이 하나로 뭉쳐 전국적으로 ‘보수 제값받기 운동’을 벌였던 그때를 기억해 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1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계절은 지금 그때와 같은 가을이다.
세무사신문 제472호(200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