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16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결의한 세무조사 쇄신 방안은 세무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불안감이나 납세자의 부담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이처럼 세무조사 과정에 대해 전면적인 개선에 나선 것은 부분적인 세무조사 혁신 만으로는 납세자로부터 신뢰받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조세 수입은 대부분 자진 신고·납부하는 세수로 충당되고 고지나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는 7%에 불과해 세정기관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조세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납세자의 불신 요인을 모두 찾아내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기로 한 것이다.
◇조사대상 선정 객관성.투명성 높인다
국세청은 우선 조사대상의 선정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종전에도 국세청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사대상을 선정했지만 외부 평가는 기대 만큼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위원회에서 조사대상 선정과 관련된 선정 비율, 중점 선정대상, 선정 제외 기준 등을 심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조사대상 선정에 자의성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주요 대상기준을 공개해 어떤 기준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지를 납세자들이 알도록 했다.
조사대상 기준을 공개하면 조사대상 여부를 알 수 있게 돼 세무조사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 입장에서는 세무조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부담 줄인다
세무조사 오리엔테이션이나 세무조사 가이드 북 등을 통해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도 최대한 해소하기로 했다.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통지가 오면 사업자나 법인은 왜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는지, 조사 중점 대상이 무엇인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등 불안감 때문에 영업이나 경영에 전념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세무조사를 사전통지한 후 조사를 착수하기 전까지 납세자가 원하는 때에 조사담당 공무원이 미리 조사대상 선정 이유, 조사방향·절차, 납세자의 권리, 준비사항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세무조사 오리엔테이션이 실시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세무조사 중간에도 진행 내용과 앞으로 남은 조사의 방향을 납세자에게 설명하는 중간 설명제도가 시행돼 납세자들이 조사의 진행상황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법령에 규정된 각종 세무조사 관련 규정과 권리사항 등 모든 세무조사 절차를 납세자가 알기 쉽게 그린 북(Green Book)이라는 책자로 제작해 세무조사에 대한 길라잡이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소규모 영세 사업자의 세무조사 부담은 줄어든다.
국세청은 법인의 경우 외형 10억원 미만, 개인은 수입금액 1억원 미만 등 일정 규모 이하의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3년 간 세무조사를 미뤄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조사기간을 줄이는 노력도 세무서장의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조사기간 연장을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엄격하게 통제하는 한편 실적이 나올 때까지 조사하는 사례도 근절하기로 했다.
과도한 자료 요구로 영업이나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납세자에 대한 자료 요구 범위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조사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자료 요구를 차단하도록 했다.
◇납세자가 조사공무원 직접 평가
제도적 장치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현장 일선에서 실행할 조사공무원에 대한 평가와 교육 방식도 개선된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조사받는 납세자가 조사하는 공무원의 업무처리 합법성, 청렴성 등을 직접 평가하는 고객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의 활력 곡선(vitality curve)에 따라 평가 상위 5%에는 승진과 같은 인사상 혜택을, 하위 10%에는 조사분야 퇴출과 같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 과세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세법지식은 물론 조사규정, 절차 및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시험을 실시해 부진한 직원은 조사분야에서 퇴출시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사공무원들의 의식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 동료 공무원들이 만든 상황극을 동영상 교재로 제작해 보고 웃고 느끼면서 조사공무원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세무조사와 관련된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세무대리인을 모니터 요원으로 임명해 납세자의 불만과 불평사항, 부조리에 대한 여론을 수집하는 세무대리인 모니터링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외부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할구역이 다른 관서가 조사를 하는 교차조사를 지방청에서 세무서 단위까지로 확대해 지역토착세력과 세무관서의 유착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세무사신문 제484호 (2008.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