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무사회는 눈부실 정도로 많은 봉사활동을 진행해 사회로부터 주목받았다.
지난 연말에는 회원들로부터 모금한 성금으로 미얀마 딸린 지역 ‘제3고등학교’에 건물을 신축해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개업중인 김호경 세무사는 올해로 4년째 라오스의 교육을 돕고 있다.
진심에서 우러난 그의 활동은 라오스 국영방송과 일간지에 여러 차례 보도되며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위선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그의 사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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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넘치고 상대를 배려하는 김호경 세무사의 말과 행동은 ‘단지 봉사가 좋아’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1시간 떨어진 반껀마을 학사이 초등학교는 라오스 초등학교 최초로 졸업앨범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공립학교 조차도 제대로 된 교육시설과 장비가 없는 라오스의 실정에서 꿈에나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학교의 졸업앨범 첫 장, 첫번째 사진은 항상 한국인이 장식한다.

바로 서초동에서 개업 중인 김호경 세무사가 그 주인공.

김 세무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학사이 초등학교의 이사장 격이다.

김호경 세무사와 라오스와의 인연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라오스를 첫 방문한 후 라오스의 향토적이고 정감 있는 모습을 잊지 못해 2006년에 다시 찾게 된다.

그는 시골 축사만도 못한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는 라오스 어린이들을 본 후 재정지원을 결심해 2006년 초등학교 건물을 신축하게 된다. ‘처음에는 건물만 지워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지만 학교만 지어주고 관리를 소홀히 해 엉망이 된 일본인들의 사례를 본 후 생각을 180도 바꾸었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시설 등의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비롯한 학용품 등의 제반 여건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다.

졸업앨범도 그렇게 시작됐다.

김 세무사는 “우리도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남는 건 졸업앨범뿐”이라며 “앨범을 보며 추억을 얻는데 아이들에게 이런 기본적인 권리는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사무실 한 켠에서 졸업앨범 두 권을 꺼내 보여줬다.

2007년에는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직접 월급을 주는 영어교사도 채용했고, 컴퓨터 25대도 기증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고 행복해야 ‘봉사’

환갑을 맞은 해 어느 날 김 세무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장고 끝에 그는 ‘남은 인생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자’고 다짐했고, 그게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그는 “남을 돕고 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세무사들에게 “본심에서 우러나 좋아하고 행복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지 관심만으로는 안된다”며 “의무적으로 하려고 하기보다는 나처럼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까지는 세무사로, 금요일 밤부터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일요일 밤까지는 과수원 농부로 생활한다.

세무공무원 시절부터 한시도 끈을 놓지 않고 40년 가까이 이렇게 지내왔다.

땅을 모태로 생각해 아끼고 사랑해 온 그에게 농사는 평생 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왜 하필 라오스냐’ 라는 질문의 답과 맞닿아 있다.

“친구의 소개도 있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모태로 생각해 온 땅과 사람의 정겨움, 평온함이 라오스에 그대로 간직돼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평범한 자격사’로서 라오스 지원이 맞아

김 세무사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교육지원이 커지는 것을 보고 ‘돈 많이 버나보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십수년간 특수 영농후계자들과 IMF 시절 화가들을 위해 재정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해왔지만 부자가 아닌 평범한 전문직 종사자가 국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며 “지원여건이 국내보다는 라오스 같은 국가가 맞다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라며 주변의 오해를 일축했다.

훗날 학사이 초등학교 지원도 흐지부지 끝날 것을 우려해 새마을 운동을 시작했다. 

‘잘 살아 보자’는 우리나라식 새마을운동을 그대로 이식해 학교와 공동체가 부흥할 수 있도록 경제 개념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는 학교운영에 적극 협력할 수 있는 주민들 중 운영위원들을 선발해 학교재원을 관리하고 행사를 주최하도록 하는 등 공동체 생활정신을 길러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새마을 운동 책자를 라오어(라오스 공용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한편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법제정 등에 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라오스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는 그는 작년 12월 마을 부모들이 마음 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부속 유치원도 건립했다.

최근에는 군단위로 우수학생을 선발해 1년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단순 재정지원을 넘어 공동체의 생활경제가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활동이 여러 차례 라오스 공영방송과 일간신문에 대서특필되면서 라오스 전역에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다.

한 마을에 희망과 감동을 주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모자라다고 말하는 그는 “봉사에는 완성형이 없다”며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만큼 죽을 때까지 열정을 갖고 진행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2007년 라오스 학사이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김호경 세무사가 학생들에게 졸업증과 졸업앨범을 건네주고 있다.
세무사신문 제502호(2009.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