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몸매 관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스포츠센터 3개월 정기권을 끊었다. 한 달씩 세 번 끊는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꽤 의욕적으로 다녔다. 그러나 두 번째 달 들어 발걸음이 뜸해졌고 세 번째 달에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약속이 생기거나 너무 피곤해 '내일 가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정기권 적용기간이 끝났다. 실제로 다닌 날을 세어 보니 한 달치 회원권을 끊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사실 그렇게 될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여성은 뻔히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이탈리아 인지심리학자 마테오 모테를리니는 '심리 상식 사전'(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인간은 알면서도 마음의 함정에 빠진다"고 답한다.
그는 이를 더욱 이로운 잠재적 가치가 아니라 즉각적인 실질적 보상을 선택하도록 하는 신경계의 명령에 따라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지금의 비용 절감과 미래의 이익 앞에 놓이면 전자를 선택한다. 다음 여름에 비키니를 입을 수 있다는 먼 이익보다 스포츠센터에서의 힘든 운동을 포기하는 눈앞의 이익을 고른다. 비키니를 입는 건 오늘은 아니더라도 내일 운동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계획이 흐지부지되리라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계획을 짤 때 목표를 방해하는 다른 요소를 외면하고 성실히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오산하는 '계획의 오류'를 쉽게 저지른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즐겨 하는 로또를 보자.
일부러 1, 2, 3, 4, 5, 6번에 돈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바보 같은 일로 느껴지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로또 추첨기는 예전의 당첨 번호를 기억하거나 특정 숫자의 조합에 혐오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뽑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1∼6번에 돈을 걸 수 없는 이유는 동전 던지기, 제비뽑기와 같은 것들이 우연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부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애써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예전 사례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추첨된 원인'을 찾는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의 심리가 왜 쉽게 함정에 빠지는지 탐구한다.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의학적 설명을 곁들이기는 하지만, 뇌과학을 심오하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 대신, 실생활에서 우리가 뻔히 알면서도 빠지는 함정을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현경 옮김. 316쪽. 1만3천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