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격사는 목적과 직무범위가 달라 상대하는 고객과 업무환경도 다르며,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개방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화할 필요가 있지만 영세한 사업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세무사는 작은 사무실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자격사간 동업허용 ▲개인사업자의 분사무소 설치 허용 ▲세무사 선발인원 확대 ▲세무사회의 임의단체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한국세무사회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송춘달 세무연수원장은 이같이 주장했다.

또한 대부분의 규제완화안은 1998년부터 규제개혁위원회 개혁안으로 채택되어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쳤지만 현행제도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므로 논의의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정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화’ 주문과 관련 “현재 규모가 큰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주 고객은 고가의 보수 때문에 주로 대기업이나 돈 많은 부자들”이라며 “영세한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와 서민은 대형법인 문턱에도 가볼 수 없고 이들은 대부분 세무사가 수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송 원장은 ‘동업허용’과 관련해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세무사의 직무를 할 수 있는 반면 세무사는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고유직무를 할 수 없고, 또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잘못된 제도를 고치지 않은 상황에서 자격사 문제를 획일적으로 다루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사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에 진출하더라도 세무사의 직무밖에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무사는 기존의 업무는 빼앗기고 대우는 동등하게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투시합을 하면서 한 쪽은 두 손을 쓰고 한 쪽은 한 손만 쓰라고 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비유했다.

‘부조리 예방을 위한 동업제한 보다는 정부가 직접 감독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결국은 국민 부담이 늘어나며, 완화가 아닌 규제강화라고 송 원장은 지적했다.

송 원장은 세무사 9천여 명을 정부에서 감독하려면 수 백명의 공무원이 전국에 산재해야 가능하며, 이는 엄청난 추가 예산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국민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격사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현행 질서유지 제도를 정부의 직접 감독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규제강화라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분사무소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세무사자동자격을 가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게 더욱 특혜를 주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분사무소를 허용할 경우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사는 분사무소에 다른 자격사를 근무시켜도 역시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어 성실한 보통 세무사와의 불공정 경쟁이 더욱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력있는 세무사가 개업 능력이 부족한 자의 명의만 빌리고 분사무소에는 실제 세무사가 근무하지 않는 명의대여가 성행해 소비자인 납세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임의단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송 원장은 세무사의 직무는 국가의 재정수입과 직결되어 있고, 전자신고의 대부분을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리해 신고하고 있는 등 국가의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공공성에 바탕하고 있어 타자격사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세무사회를 임의가입 대상으로 하였을 경우 ▲무자격자의 난립으로 재정수입과 세무행정에 막대한 손실이 초래되고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며 ▲정부가 직접 감독할 경우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고 이는 국민의 조세부담 증가로 귀결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면허없이 세무대리를 한다’는 정부의 진단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틀릴 뿐만아니라, 납세자와 정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세무사제도의 취지를 간과했다고 송 원장은 반박했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일본·한국이 세무사제도를 도입한지 50년이 넘었고, 유럽과 동아시아 등에서 새롭게 도입하는 나라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구 공산권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사회는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화·세분화 되는 것이 자격사 시장의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선발인원 확대’와 관련해서도 나라별 경제규모, 납세자 수 및 업무범위 등을 고려해 세무사 수를 비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수와 세무사 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1인당 신고법인 수가 15.6개이나 일본은 42.5개이며, 독일과 일본은 소송대리와 법정진술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두 가지가 없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과 일본의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어도 대부분 고유업무만 수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송 원장은 설명했다.

한편, 한국세무사회는 박점식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자격사 선진화 방안 대응 T/F팀을 중심으로 정부의 추진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KDI발표 ‘자격사제도 선진화 방안’ 주요 내용

 

[진입규제]
■배타적 업무영역: 넓게 설정되어 있는 측면이 있음
ㅇ공인회계사 : 회계, 세무, 감사
ㅇ세무사 : 세금납부에 대한 대리 - 대부분의 나라에서 면허없이 가능
ㅇ관세사 : 관세사제도를 별도로 운영하는 나라는 많지 않음

 

■선발인원
ㅇ배타적 업무영역이 넓게 설정되어 있을 경우 인원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져야함
ㅇ자격사 일인당 인구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높음

 

[영업규제]

■법인이 아닌 개인자격사의 분사무소 (=복수사무소) 설치 제한
- 분사무소 자체를 금지하기 보다는 모든 사무소에 자격사를 두는 방향으로 규정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

 

■동업형태 규제
ㅇ동일자격사간 동업
- 회사형태에 대한 규정을 positive-system에서 negative-system으로 전환할 필요
- 법인의 구성원에 대한 제한 폐지
- 최소자본금을 요구한 규정 폐지
ㅇ이종자격사간 동업
- MDP(Multi-Disciplinary Practice)에 대한 전향적 검토
ㅇ자격사-비자격사 동업 - 보다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
ㅇ동업형태에 대한 사전적 제약보다는 감독기관의 관리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

 

[규제의 집행방식 혹은 징계권 행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ㅇ정부의 직접감독체계
- 주무관청이 징계권을 가지고 있음
- 하지만 실제 감독을 수행할 인력과 예산은 확보하고 있지 못함
ㅇ협회는 법정단체로 법에 규정되어 있음(자격사의 강제가입)
→임의단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함.

 

■징계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감독권을 보유한 기관이 실질적인 감독을 수행하려면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필요함.

 

 

세무사신문 제520호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