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세법심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기국회 이후 공식적인 회의만 20여 차례를 거쳤고, 각계각층의 의견 청취와 내부조율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치열한 논쟁의 연속이었지만 특히, 소득세·법인세율 인하 유보 등 막바지 정치적 쟁점사항들을 조율해 원만한 합의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전자세금계산서 가산세를 1년 유예시키고 전자신고 세액공제제도를 개선하는 등 직접 발의한 세법들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초선이지만 2008년 국회 진출 이후 조세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세법안의 개정과 제도의 개선에서 중진급 이상의 많은 역할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낸 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이 2009년 국회활동을 마감하면서 자평하는 말이다. 백 의원은 올해에도 고쳐야 할 것이 많은 기획재정위에서 ‘전공과목’인 조세행정의 전문성을 확실하게 발휘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무엇보다 전자세금계산서 가산세 유예 및 인센티브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것이 세무사업계와 중소사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조세심사소위 의결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정부가 추진하려는 전자세금계산서제도의 심각성에 대해 동료의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끝까지 반대하던 정부를 설득하는 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준비없는 의무화와 무조건적인 가산세 부과가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징세편의주의적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수정안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여야의원들의 합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과 정부 모두 세무사 출신 의원의 현실적인 문제제기에 수긍해 주었고 납세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징세편의주의적 행정을 바로잡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 전자세금계산서 가산세 유예의 당위성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단순히 세금계산서 발행 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이뤄져 온 부가가치세 거래관행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제도 변경입니다.
더구나 아무리 IT 강국이라고 해도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개인마다 다르고 이를 일률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데도 정부는 지나치게 징세편의주의적 입장에서만 접근해 왔습니다.
정부야 ‘자료상’을 색출하고 탈루소득을 막아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성실하게 사업하고 소득을 신고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무조건 의무화하고 지키지 못하는 납세자에게는 가산세를 부과하면 된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나 이뤄지는 매우 폭력적인 발상입니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납세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가 이뤄져야 하며 당분간은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무화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문제는 납세자들의 준비정도를 면밀히 파악한 후 이뤄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 역시 납세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가 이뤄져야 합니다.”
- 세무사 출신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관련된 법안을 다룰 때 부담감은 없었습니까?
“세금제도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세무사는 국민들이 납세의 의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부당한 행정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결국 세무사들의 이해관계는 납세자들이 편리하고 공정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일이며 이는 납세자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제가 세법을 심의하는 것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납세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징세편의주의적 행정에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일 역시 세법심사의 가장 우선적인 기준입니다.
세무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현실의 납세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세법심의에서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으며 정부와 다른 의원들 역시 이같은 전문지식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있습니다.”
- 국가재정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고소득자 감세철회를 지속적으로 주장하셨는데...
“감세와 증세정책은 국가상황과 경제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사황은 정부의 주장처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고용없는 성장과 내수산업의 침체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계속되는 경제위기로 재정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국가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증가를 통해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를 중단하고 확보된 재정여력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을 줄여주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서민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올바른 세제운용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전공과목이 조세행정’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관련 상임위 활동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실 것인지요?
“당분간은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할 생각입니다. 이제 몇가지 불합리한 것들을 지적했을 뿐이고, 아직 개선해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기획재정위에서도 특히 조세분야는 세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숫자 하나만 바꾸어도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게다가 세법에는 모든 부처와 연관된 수백가지의 제도가 맞물려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면서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쳐나가고 싶습니다.”
- 세무사업계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에 백 의원에게 거는 세무사들의 기대는 무척 큽니다. 한국세무사회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저 역시 한국세무사회 회원으로서 선후배 세무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무사 출신이라 확실히 다르더라’는 말을 듣는 것이 여러분들의 자긍심도 높이는 길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분발할 것을 약속드리며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어린 지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23호 (201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