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일
헤럴드경제 기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든든한 세무 도우미로서 세무사들이 그들의 속사정까지 알아봐 준다면 고객들은 얼마나 고마워할까.
지난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했고 경영자들은 돈이 없어 아우성을 쳤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잔치를 벌였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앉은 자리는 냉골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위기극복 차원에서 정부가 단군 이래 사상 최대인 막대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정책자금을 풀어놨다는 것이다.
위기는 극복했다지만 경인년 새해를 맞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는 차갑기만 하다. 천수답처럼 바라봤던 정부지원금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조3000억원에 달했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정책자금은 올해 3조1000억원 수준으로 27%나 줄어든다. 국책은행을 통해 지난해 37조원 가량 공급됐던 신규 대출은 올해 20조원 안팎으로 급감하고 신용보증기관의 신규 보증 공급분은 20조원에서 17조원 감소한다.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정책자금의 70% 정도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한다고 밝히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미 하반기 자금난에 대한 우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1∼2% 가량 낮은 중진공의 정책자금은 '운영자금 축소, 시설자금 유지'를 큰 골격으로 운영된다. 일례로 지난해 추경을 포함해 1조5000억원에 달했던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올해 2500억원으로 80% 넘게 줄어들고 지방중소기업기술사업화 전용자금 1000억원과 지방중소기업경쟁력향상 자금 3000억원은 사라졌다.
지난해 비상조치의 갖가지 연장 시한을 올해 상반기로 못박은 정부 입장에 따라 기존 정부지원금 수혜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95%에 육박했던 국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율은 평상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전체의 중기대출 만기 연장율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분기 87.5%였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올 하반기에는 원금 일부 상환 또는 만기 연장 불가라는 벽에 부닥칠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이미 잔뜩 얼어붙었다. 올들어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예대율 규제, 유동성 비율 및 자본규제 강화 등 각종 감시를 새로이 받아야 하는 시중은행들은 대출 한건 처리하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00원 예금을 받아 130원 대출을 해온 은행들에 대해 정부는 예대율 100%를 맞추게 할 작정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30원만큼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셈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불가피하게 대기업과 대출경쟁을 벌여야 할 운명에 처했다. 여기에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은 매년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받아야 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경색이 우려된다.
정부의 위기극복 비상조치 덕분에 신용보증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100%짜리 신용보증서를 당당하게 받아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호시절도 끝났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신용보증기관이 올 하반기부터 최고 보증한도를 85%로 낮추기 때문이다. 보증한도가 줄어드는 만큼의 신용은 담보나 영업실적으로 보강하거나 대출 원금을 일부 상환해야 할 처지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운전자금 보증액은 44조원 수준으로 보증한도가 10%포인트 떨어지면 4조원 가량의 보증이 축소되는 셈이다. 자금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4조원 만큼의 급전 수요가 생기면서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라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중, 삼중고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다만 혹독한 그림자 한켠에 한뼘 만큼의 양지도 보인다. 중소기업청이 소관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 4900억원보다 15% 늘어난 56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3조1000억원 가량 중진공 자금 중 15%는 녹색·신성장동력산업 부문에 투입된다. 지난해 3%에 불과했던 것이 범정부 차원의 녹색산업 육성 바람을 타고 급증했다. 서울특별시와 전국 6대 광역시, 8개도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자금 지원액도 지난해 7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9조원으로 소폭 늘었다.
"언제 볕 든 적이 있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지만 어려움의 무게는 나눌수록 줄어드는 것이 진리다. 다시 맞는 새해, 구정을 계기로 우리 경제 주체 모두가 현실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도약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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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26호(20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