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의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으로 납세자가 원하면 누구라도 납세관리인을 둘 수 있도록 한 지방세기본법 제정안의 관련 규정을 삭제시켰다.

이번 납세관리인 지정확대 조항의 삭제는 국세기본법의 납세관리인 제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특정자격사의 지방세 관련업무 수행 진입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세무사 업무영역을 수호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지방세기본법 제정안을 심의, 납세자의 납세관리인 지정과 관련한 임의규정(133조 1항)을 삭제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지방세법을 지방세기본법(총칙)과 지방세법(세목), 지방세특례제한법(감면) 등 3개 법률로 분법하는 정부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지방세법(37조 1항)에는 납세관리인의 지정 요건을 ‘납세지에 주소·거소를 두지 아니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 요건없이 납세자가 원하면 납세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규정은 지방세 신고·납부 등 전반적인 업무를 조세전문가가 아닌 자에게 개방하는 효과를 불러와 세무사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우려되는 사안이었다.

세무사회 회장단 및 집행부와 대외전략위원회(위원장 임채룡)는 지난해 정부가 이같은 납세관리인 지정확대를 담은 지방세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자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규정의 삭제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대외전략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각 지역세무사회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국회 등 관계부처에 규정의 문제점을 집중부각시킴으로써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세무사회는 납세관리인 지정 확대의 부당성을 담은 건의문에서 “누구든 납세관리인을 두어 자신의 세무에 관한 사항을 위임해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극히 예외적인 사정에서 허용되는 것을 일반화시켜 원칙과 예외를 전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세법상의 신고·납부 및 청구 등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조세전문가가 아닌 자에게 개방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일부 특정 자격사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세무사가 아닌 타자격사 또는 일반인은 조세신고대리의 수행이 직무상의 업무가 아니므로 손해배상이 보전되지 않아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무사회는 따라서 “지방세기본법상의 ‘납세관리인’ 제도는 국세기본법의 내용을 준용해 그 자격요건을 조세전문자격사로 한정하고, 납세관리인 지정의 요건(주거지 불명 등)도 현행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세무사회 집행부의 전방위적인 문제점 지적과 신속한 대응으로 지방세기본법 제정안의 납세관리인 지정 확대 규정은 삭제됐으며, 삭제된 수정안은 마침내 지난달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한편 국세기본법상 납세관리인은 세무사·회계사·변호사로 자격요건을 한정하고 있고 직무범위는 ‘국세기본법 및 세법에 의한 신고·신청·청구 기타 서류의 작성 및 제출’로 하고 있으나, 지방세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납세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세무사신문 제527호 (2010.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