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의 6개월여에 걸친 적극적인 대처로 정부가 추진하려던 ‘기장과 세무조정의 동시 수행 금지’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이 저지됐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세무사업계의 최고 당면현안으로 부상했으며, 50년 가까이 이어진 세무사제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 확산됐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정책실은 일부 세무대리인이 의료업 등 전문직 특정업종에서 가공경비를 반영한 허위 기장, 부실 세무조정 등으로 탈세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토록 정부에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무사가 동일한 수임업체에 대한 기장과 세무조정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세무사징계권도 기획재정부에서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조용근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청와대 등을 방문,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국세행정의 통일성 및 효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도 불편을 주는 등 실익이 없다며 현행 유지를 수차에 걸쳐 강력히 건의했다.

 

‘기장대행·세무조정의 중복수행 금지’는 ▲두 가지 업무적 연관성을 간과한 것이며 ▲세무조정의 적정성 훼손 및 납세이행비용을 증가시키고 ▲책임소재의 불분명 및 제도적 효율성에 한계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에 대해서는 ▲타자격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세정이 세무사의 중립적 직무수행을 간섭·훼손하여 납세자 권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커 실익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력히 건의했다.

 

이와 함께 올초부터 세무사회는 ‘세무사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본회 및 전국 지방세무사회에서 대대적으로 펼쳐 전회원이 자정의 의지를 다지고, 조용근 회장이 보수교육과 지방회 총회 등에서 직접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등 세무사의 윤리관 확립을 위한 활동을 강화해 나갔다.

 

세무사회의 이같은 끈질기고 체계적인 노력으로 ‘기장과 세무조정의 동시 수행 금지’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 등 세무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우려됐던 중차대한 사안은 제도화 직전에 극적으로 저지됐다.

 

정부는 다만 국세청 조직개편에 따라 징계요구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세무대리행위 등이 세무사법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방국세청장이 판단하는 경우 국세청장을 거치지 않고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세무사법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징계 관련 절차가 복잡한 문제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조용근 회장은 회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본청의 업무 중 일부를 지방청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세무사에 대한 징계요구권을 지방국세청장에게도 부여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지방국세청장의 조사보고로 국세청장의 세무사 징계요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세무사징계 업무는 종전과 동일한 행정절차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또한 “이번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윤리실천에 솔선수범함으로써 세정당국과 납세자로부터 신뢰받는 세무사상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종합소득세 신고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실 세무조정이나 탈세를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성실하게 소임을 다해 달라”고 덧붙였다.

 

 

세무사신문 제532호(20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