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양 수
    문화일보 차장

 

돌이켜 생각해보면 2010년은 특히 유난히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한해였다. 2010년 세정가를 뜨겁게 달군 이슈들 가운데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게 있다면 그것은 대기업 관련 전방위 세무조사다. 지난 8월 이현동 신임 국세청장 취임을 전후해툭툭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대기업 관련 세무조사 소식은 연일 일간지의 한쪽 귀퉁이를 장식해왔다.

거론된 기업만 해도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태광, 한화, C&그룹, SK그룹까지 줄을 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부 기업의 경우 기획 세무조사를 맡고 있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해 그룹 오너 관련 불법행위가 세무당국에 포착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고, 검찰수사 임박설이 제기된 업체도 있다.

이러한 국세청의 전방위적 대기업 세무조사를 놓고 시중에는 다양한 해석과 구구한 관측들이 쏟아졌다. 기업들도 평소 안면 있는 국세청 출입기자들을 통해 세무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기업에 관한 정보의 경우 국세청이 아니라 검찰 등 사정당국 주변에서 흘러나온 것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 명단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오르내리자 급기야 이현동 청장이 "기업 세무조사 여부 등 조사관련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간 사실이 적발되면 엄중 문책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세청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말로 이같은 세무당국자의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재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고 나섰던 당시와는 상당히 달라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정부는 조세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의 성장과 분배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생산과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에 친기업적 세정환경을 조성,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무조사 운영방식을 쇄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50대 대기업의 경우 4, 5년마다 한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받는다 가정하더라도 적어도 매년 5, 6개 이상의 대기업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국세청 관게자의 설명이다.

사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 그것은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수년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이고 혐의가 없는 떳떳한 기업일지라도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도 혹시라도 세금탈루 등의 의혹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 관련 세무조사는 해당 업체를 위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문제가 되는 건 세금탈루와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등 각종 비리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행태다. 재계나 언론계 내에서는 일찍이 문제가 많은 기업으로 찍힌 기업들의 경우 언젠가는 기업 사정의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현동 청장이 "대기업이나 대주주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혜택받고 여유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행해야할 최소한의 나눔이자 사회·윤리적 책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세무조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건전한 근로의식을 고취시키고, 경제성장과 분배에 기여하는 `특효약'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세금탈루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기업에겐 가혹한 형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현동 청장이 14일 `2011년 업무추진계획' 보고에서 "경제적 약자를 적극 지원해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정기 세무조사라도 탈루혐의가 상당한 경우 금융조사, 거래처·관련기업 동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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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46호(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