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상법(회사편)은 오너 일가의 부당한 사업기회 유용을 금하는 등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벌기업 오너가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자회사와 거래해 회사자산을 빼내거나 직계존비속, 친인척에게 유망한 사업기회를 몰아주는 것과 같은 불법적 경영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아울러 기업 형태와 자금조달 방법을 다양화해 창의적 기업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정책 목표도 반영됐다.

  

외국로펌과 국내로펌이 사안별로 업무제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으로 법률시장 개방 폭도 넓어졌다.

  

◇사업기회 유용금지 의미는 = 눈에 띄는 대목은 왜곡된 기업 경영의 싹을 자르기 위한 다양한 장치다.

  

과거 이사 본인만 한정한 자기거래 제한 범위를 배우자, 직계존비속, 계열사로 확대하고 이사 3분의 2 동의를 받도록 요건을 강화해 부당 자기거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또 이사가 회사에 유리한 사업기회를 가로채 직계존비속에게 몰아주지 못하도록 '기회 유용금지' 원칙도 세웠다. 내부정보 또는 관련성을 이용한 사업기회를 유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달 현대차 주주대표 소송에서 그동안 판례가 전혀 없던 회사기회 유용 금지 원칙을 국내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처음 내린 바 있다.

  

다만 그 기회는 특정한 사업 제안처럼 실재하는 구체적 기회여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을 분리해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고 법적 분쟁을 막고자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는 '준법지원인'을 꼭 두도록 했다.

  

차세대 지식기반산업에 적합한 창의기업을 육성하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창업을 쉽게 하고 지배구조나 이익분배를 자율로 정하는 유한책임회사(LLC)나 합자조합(LP) 등 새로운 기업 형태를 도입했다.

  

우리 미래 성장동력인 모바일ㆍ바이오ㆍ생명공학 등 물적 자산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친환경 녹색성장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목표를 측면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결권 제한 주식과 이익배당ㆍ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종류주식, 무액면주 등 다양한 주식 발행을 허용해 비전 있는 기업이 투자자에게서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회계 규정을 정비하고 세계 64개국에서 시행 중인 전자주식과 전자사채를 도입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밖에 주금납입 상계금지 폐지와 자기주식취득의 제한적 허용, 현물배당 허용, 사채 발행 및 이익배당 결정 절차 완화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마련됐다.

  

◇아세안 10개국 로펌과 공동수임 =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은 2009년 발효된 '한-아세안(ASEAN) FTA' 협상에서 2년 내 국내 법률시장을 2단계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법은 외국 변호사에게 외국법ㆍ국제공법 자문을 허용하고 외국로펌이 국내 사무소를 개설하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개정안의 핵심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와 국내로펌의 업무제휴다.

  

당장 다음 달 30일부터 아세안 10개국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국내로펌과 국내외 법령이 혼재된 사건 계약을 맺어 공동 수임한 뒤 수익을 분배할 수 있다.

  

아세안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브루네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10개국이 포함돼 있다.

  

단 업무제휴를 하려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연 1회 대한변호사협회에 사전 등록 및 사후 신고를 해야 한다.

  

등록 없이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설립인가가 취소된다.

  

또 신고 의무를 따르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하면 대표자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