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달 23일 ‘공정사회포럼’을 개최하면서 현 조세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주요 의제를 두 개 던졌다.

하나는 ‘과세입증책임제’도입과 ‘금융거래정보 접근권한 확대방안’이 그것이다. 둘 중 어느 것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공정세정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요 과정이다.

이 가운데 금융거래정보 접근 확대 방안은 세원 확보의 투명성과 숨은 세원의 양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해외 선진국에서 과세관청이 세원 확보를 위해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뿐이다.

이들 나라들이 오히려 금융거래정보를 통해 세금탈루와 음성적 거래를 철저히 막고 있는 현실에 비춰 우리도 이번 기회에 입법 절차를 거쳐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치고 아직도 영수증을 가지고 세금을 추징하는 나라는 없다”라며 이같은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 국세청은 거래당사자들로부터 세금계산서, 신용카드전표, 현금영수증 등 실물거래 증빙을 제공받아 이를 토대로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무자료거래와 현금매출 누락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으로도 과세과청의 금융거래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대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은 할 의지가 없거나 아니면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세간에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차원에서 이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왠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각종 인터넷사이트나 금융회사에서 무더기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도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언제나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미 개인정보는 인터넷 세상을 떠돌고 있고 각종 피해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국가기관이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이와는 다른 논리가 필요한 것이 그래서다. 원론적인 입장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외치는 것은 좋지만 무작정 개인정보를 핑계로 이를 막는 것은 숲은 안보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그렇다고 개인정보에 무제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사업용계좌 및 사업용계좌를 사용하지 않는 혐의가 큰 비사업용계좌에 대해 일단 제한적으로 시행해보자는 것. 다시 말하면 금융거래정보를 탈세방지 목적에 적극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두자는 얘기다.

정확하고 투명한 세원이 확보돼야 이를 통해 사회적 분배와 안전망이 구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국세청이 아무리 성실신고를 외쳐도 세금 탈루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각종 탈세와 조세회피, 음성거래가 줄어들지 않고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현 조세체계에 큰 구멍에 뚫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물론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음해하는 세력이 존재하겠지만 여기에 굴복해서는 공정세정은 헛된 구호에 불과할 뿐임을 정부는 알아야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같은 제도적 개편은 놔둔채 ‘공정세정’을 말로만 외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 씁쓸하다. 더우기 현 감세정책 기조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주무부처 장관의 말까지 나온 마당에 무슨 수단과 방법으로 공정세정을 이룰 것인지 의아하다.

특히 5만원권 발행으로 고액 현금거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세당국의 금융정보접근 역량이 고의적·지능적 탈세 추적의 핵심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거래정보에 대해 과세관청의 포괄적 접근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호주를 벤치마킹 사례로 삼아 이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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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63호(20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