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거래는 없으면서 가짜세금계산서를 통해 매출과 매입을 잡은 납세자들에 대해 가공매출에 대한 매출세액은 납세자가 신고한대로 인정해 세금을 많이 계산하고, 매입세액은 공제해주지 않아 세금부담은 크게 만드는, 국세청 과세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이 같은 과세관행은 과거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두9197. 2005. 11. 10)에 따른 것이었지만,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0두11733. 2013.4.18)을 통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신고납세방식을 택하고 있는 조세인 부가가치세에서 매출액이 과다신고된 경우 감액경정청구절차가 아닌 소송으로 과다신고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결의 견해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남대문상가의 의류 도·소매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무려 1223개 업체에 대한 세무신고 및 기장대리를 맡은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조직적으로 가짜세금계산서를 무더기로 발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매출과세표준과 매입세액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끊어준 가짜세금계산서 상의 공급가액 합계가 무려 2198억4900만원 상당에 이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의류업자 조씨 등도 양씨가 발행한 각 매입세금계산서에 적힌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한 뒤 부가가치세 신고를 해왔고, 국세청은 관련 매입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는 이유로 매입세액을 불공제해 부가가치세를 추징했다.
이에 대해 조씨 등은 "각 매입세금계산서상의 매입거래는 각 해당 과세기간의 매출세금계산 서상 매출거래와 교차거래로서 가공거래”라며, "매입세금계산서에 상응하는 매출거래의 공급가액 역시 과세표준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불복절차에 들어갔다.
매출과 매입이 모두 가짜인데 세금을 걷는 측에서만 유리하게 매출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가짜로 인정하지 않고, 납세자에게 유리한 매입세액과 관련해선 ‘가짜’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하지만 조세심판원과 서울행정법원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에선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납세의무자가 매출로 신고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어서 그 매출로 신고한 부분을 형평의 원칙상 매출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조씨 사건을 기각했다.(서울행정법원 2008구합35354, 2009. 10. 22, 서울고등법원 2009누35605, 2010. 5. 27.)
앞서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인 부가가치세에 관해 매출액 등이 과다신고된 경우라도 납세의무자가 이를 다투기 위해서는 그 부분에 관해 감액경정청구절차를 밟아야 하고,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는 과다신고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
그러나 조씨 사건을 접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조씨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기존 판례의 입장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기존 판례를 따른 하급심이 불복사유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다.
세무사신문 제603호(20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