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00 세무사의 명함에는 세무법인의 지점대표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 한번 사무실에 들려 1시간 가량 인터넷 서핑만 즐기다가 자리를 비운다. 그래도 사무실은 이상 없이 운영되고 있다. 수임업체 영업부터 직원관리 까지 모든 업무를 사무장 홍00씨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서00 세무사에 대해 묻자 “본사 임원 같은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흐린다.
사무실에 통용되는 모든 문서의 최종 결재 칸에는 사무장의 사인만 남아 있다. 심지어 사무실 임대계약서, 직원 근로계약서에도 모두 사무장의 이름만 발견될 뿐 지점 대표인 서모 세무사의 도장이나 서명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서 세무사와 홍 사무장과의 위험한 동거는 무자격자 명의대여를 의심한 주변 사람들의 제보에 의해 막을 내렸다.   

 

 

세무사회가 무자격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포착하고 업계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27일 열린 제79차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 명의대여를 한 서00 세무사에게 직무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무자격자인 사무장 홍00씨는 형사고발을 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 세무사는 자신도 사무장인 홍씨에게 사기를 당한 거라고 항변했으나 ▲사무소 직원들이 홍씨를 대표로 알고 있는 점 ▲직원 관리를 전적으로 홍씨가 한 점 ▲임대계약서도 홍씨가 작성 한 점 등을 주요 증거로 들어 명의대여 혐의를 사실로 확정 지었다.

현재 명의대여 행위는 시장 내에서 세무업계의 질서를 해치고 세무업계 발전을 저해하는 독버섯으로 간주되고 있다. 세무사법에서도 제12조의3(명의대여 등의 금지)에 따라 세무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명이나 상호, 자격증, 등록증 등을 빌려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중부 지역의 한 30대 세무사는 “세무대리 시장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전반적인 불경기가 원인이지만 명의대여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의 20대 세무사도 “명의대여 행위만 뿌리를 뽑으면 젊은 세무사들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무사회도 명의대여 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명의대여자 색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명의대여와 무자격자 세무대리행위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남창현 업무정화조사위원장은 “세무사회는 세무대리질서를 문란케 하는 명의대여 행위와 무자격자의 세무대리행위를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세무사회의 업무정화 노력에 힘입어 올해 10월까지 명의대여 행위자 3명을 적발, 징계했다. 2012년 3건, 2011년 1건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올해 징계를 받은 명의대여 행위를 살펴보면 ▲5천50만원을 받고 모 세무사가 2명의 무자격자와 동업하여 127명 납세자로부터 1억900만원을 수임한 경우(직무정지 1년) ▲노령의 세무사가 소정의 금액을 받고 사무장에게 사무실 운영과 세무대리 업무를 맡기다 적발돼 자진 폐업한 경우(등록거부 3년) 등이 있다.

세무사회는 업계질서 확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대규모 특별조사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특정 지역의 명의대여 행위에 대한 제보가 빗발치자 업무정화조사위원들이 직접 현장에 방문 하기로 나선 것이다. 23명의 위원 중 20명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현장조사다. 남창현 업무정화조사위원장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대상지역과 조사시점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명의대여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 지난달 28일 열린 업무정화조사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명의대여 행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무사신문 제615호(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