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의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을 금지하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회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재무제표 작성도 버거워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자기감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응이 팽팽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는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공포된 개정안에 대한 후속 시행령 작업을 완료한 것이며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법안에는 감사인이 수행할 수 없는 업무로 △회사의 재무제표 대리 작성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에 응하는 일 △재무제표 작성에 필요한 계산 또는 회계분개를 대신 해주는 행위 △회사의 구체적인 회계처리방법을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행위가 명시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문까지 감사인에 의존할 경우 기업은 그 감사인에 포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료와 무료, 기업의 규모 등을 떠나 감사인이 제공하는 모든 자문은 금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인이 자문 업무를 병행할 경우 사실상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해주는 일과 연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모 중소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처리를 감사인이 대신 해준다면 모를까, 자문은 단순히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당국이 우려하는 감사인의 독립성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회계처리능력을 고려했을 때, 특정 회계이슈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단순 자문 제공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자문은 재무제표 작성과는 별개로 봐야한다. 회계처리과정에서 회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걸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형회계법인 부대표는 "회계기준이 어렵다보니 회사의 회계부서 직원들이 재무제표 작성에 대해 묻곤 한다”면서 "대기업들도 자문 없이 스스로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감사인이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은 감사인과 회사와의 소통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러다보니 (당국이) 현실을 모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감사대상 기업의 관계자가 회계기준을 묻기 위해 연락을 해온 경우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회계사는 "자문 금지는 당연한 거다. 회사는 감사인이 아니라 프라이빗 어카운턴트(용역업체)에게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도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은 재무제표 대리작성의 연장선상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동안 기업 회계담당자가 감사인에게 전화해서 회계처리방법 물어보면 답을 해주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규정 때문에 해줄 수 없다고 답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이나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감사인에게 무료로 자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같은 관행이 해소돼야 원칙적인 회계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중소회계법인의 경우 재무제표 작성조차 못하는 중소기업을 상대해야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환영할 일”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지켜져야 한다. 협회차원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세무사신문 제625호(20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