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평화 머니투데이 기자
필요한 돈의 액수가 가진 돈의 액수보다 크다. 해마다 빚은 쌓여간다. 올해에도 ‘세수펑크’는 확실시되고 있다. 벌써 4년 연속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5년 세입예산안 분석 및 중기 총수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205조7000억원이다. 연초에 발표한 예산안보다 10조7000억원(5%) 덜 걷힐 전망이다. 정부가 당초 전망한 8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내년 국세수입도 218조2000억원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3조4000억원 적을 것으로 보인다.
30% 중후반대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더 늘릴 여유는 없다. 결국 정부가 의존할 곳은 세금 뿐이다. 그런데 세금을 더 걷는 것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담뱃세, 지방세, 자동차세 인상안 등은 서민증세,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건강을 위해,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서라는 해명은 국민들의 공분만 키우고 있다.
법인세 인상은 ‘성역’으로 묶여있다.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녹여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률을 높이면 세수도 자연스레 증가한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메카니즘’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세수는 늘려야 한다. 결국 해결책은 ‘숨긴 돈’과 ‘밀린 돈’, ‘못 받은 돈’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대상으로 이뤄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하경제양성화에 대한 촉구는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국감에서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대전제는 지하경제 양성화이며 지하경제의 5%만 활성화해도 세수가 10조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정책처가 조사한 지하경제 규모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약 26.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지하경제 규모인 18.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OECD 국가 중 6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 11%, 미국 8.7%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국가적인 복지수준이 높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약 7~9%포인트 높았다.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지하경제 규모를 낮추면 25조~30조원의 세금이 더 걷히게 된다.
경기부양과 함께 세금을 더 걷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복지확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부자증세니 서민증세 하는 논란 없이도 복지 재정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다.
‘숨긴 돈’만큼 중요한 것은 ‘밀린 돈’, ‘못 받은 돈’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누적된 총체납액은 25조2418억원에 달한다. 2008년 체납액 19조3560억원에서 6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발생건수도 2008년 272만건에서 2013년 337만4000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국세청이 징수하지 못한 '정리 중 체납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세청은 2008년 1411건에 대해 3조9080억원의 세금을 걷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1595건에 대한 세금 6조5400억원으로 건수와 액수 모두 크게 늘었다.
국세청은 최근 지하경제양성화 추진기획단 산하 ‘지하경제양성화 총괄 태스크포스(TF)’를 본청 조사국 내로 정규 조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정상화는 먼 얘기다.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자영업자들의 비정상적 탈세 관행이다. 현금거래를 통한 수입 축소도 전부 지하경제다.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환수율이 19.9%에 그쳤다는 것은 한국의 후진적인 납세 문화를 대변한다. 납세자가 내야할 세금을 숨기고 미룬다면 그 부메랑은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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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639호(201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