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휴업 중인 경기지역 일부 학교의 휴업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육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학생 보호와 학부모 불안해소를 위해 휴업을 시작했으나 휴업일이 최장 9일을 넘어서 학생 지도관리와 학사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음 주부터는 정상 등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으나,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100% 확신할 수 없다면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0일 경기 평택 덕동초는 휴업연장에 대한 교직원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휴업한 덕동초는 경기도교육청의 일제 휴업 방침에 따라 12일까지 휴업할 예정이라 다음 주 학교운영 방침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지만 방학 등 학사일정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 관계자는 "지금 벌써 30도를 웃도는데 휴업이 계속된다면 8월까지도 수업해야 한다"며 "무더위 속에서 수업활동을 하기에 한계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 지도관리도 고민이다.

담임교사가 매일 학급 학생들과 연락해 개별 과제를 주거나 생활지도를 안내하고 있지만 이 또한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다.

학교 밖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 노출돼 어떤 일과를 보내고 있는지 일일이 관리할 수 없는 것도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국 처음으로 휴업을 결정한 화성지역 초등학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당초 황병덕 교장(동탄지역 초등학교장 협의회장)은 "메르스 전파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있어 공포심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만에 하나의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지금으로서는 자신있게 단독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도교육청의 판단과 학부모 의견을 고려해 인근 지역 초등학교와 보조를 맞춰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집에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여건인 맞벌이 부부는 물론이고 온종일 자녀와 집 안에 있는 전업주부들의 피로도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 9일째 휴업 중인 화성 금곡초 학부모는 "지역내 확진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일부 동요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메르스가 잦아드는 분위기라 학부모들의 불안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업이 길어져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도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아이들 감염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이제 안전하다'는 확신만 있다면 다음 주부터 등교시켜도 문제없다는 여론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11일 메르스 대책회의를 열고 도내 7개 지역에 내려진 일제 휴업 연장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내 휴업 중인 학교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체 4천505교 중 2천354교로 휴업률은 52.3%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