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인 국내 A사는 해외 거래처인 B사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 혜택을 받고자 한다며 수출물품에 대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A사는 큰 고민 없이 자국에서 생산되었다는 정보만으로 증명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현지 세관이 해당 물품에 대해 원산지 검증을 하게 되자 A사는 원산지증명서와 관련한 근거기록을 내지 못했고, B사는 혜택을 받았던 관세액을 도로 토해내야 했다.

사실 한국에서 물품이 생산됐다는 사실만 갖고서는 FTA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없지만, A사가 이를 몰랐던 탓이다.

B사는 근거없이 증명서를 발급한 A사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요청했고, 결국 A사가 손해를 뒤집어 쓰게 됐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A사의 사례처럼 FTA 원산지증명서 근거기록과 관련한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증명서를 무분별하게 발급했다가 협정관세 적용이 배제되는 등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아 수출입을 하려는 경우 대부분 계약상대방이나 세관으로부터 원산지증명서를 요구받는다.

원산지증명서란 해당 물품이 FTA협정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른 원산지 상품임을 증명하는 문서다.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이 원산지증명서를 바탕으로 협정관세를 적용한다.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원산지 검증을 실시한다.

원산지 상품임을 입증하는 기록이란 보통 해당물품의 거래내역, 생산 및 생산에 투입된 원재료 등에 관한 서류 또는 정보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런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만큼 증명서 발급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한미 FTA는 다른 협정과 달리 수입자도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수입자는 해당 물품이 원산지 상품임을 입증하는 기록을 반드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또 증명서를 발행한 수입자는 앞으로 원산지 검증을 실시할 때 해당 수입품이 원산지 상품이 맞는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관세청은 "낮은 FTA 세율로 수출입을 혜택을 보는 대신 원산지 상품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증명서 발급 사전에 FTA 협정별로 정하는 원산지 기준과 의무규정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세청은 "업체 스스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협정의 경우에는 세관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발급기관의 검토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원산지증명서 근거기록이 없어 피해를 본 A사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