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일본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파나마 문서의 국제적인 탈세실태 폭로를 계기로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의 과도한 탈·절세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일본은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해외 자회사의 사업 실체가 없을 경우 배당이나 지적 재산권 소득 등을 일본에 있는 본사의 소득과 합산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조세피난처 대책세제'를 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법을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실효세율이 20% 미만인 국가와 지역에만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일본의 실효세율인 29.97%보다 낮은 국가와 지역에 모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이 법이 적용되지 않던 한국을 비롯, 영국, 네덜란드 등의 해외 자회사도 적용대상이 된다. 낮은 세율 적용을 겨냥,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로 소득을 이전해 세금을 탈루하는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내년 세제개편 때 이런 내용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세제가 바뀌더라도 상품제조와 서비스 제공 등 사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또 지금까지는 '세금대책의 성격이 짙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모기업의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던 항공기나 선박 등의 리스업에 대해서도 실제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합산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그동안 세율이 낮은 국가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온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는 자회사 소득의 실체 여부 판단과 당국의 정밀심사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형편을 고려해 경과 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과세강화로 세수증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과세가 강화되면 현지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보여 반드시 세수증대로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재무성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