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적용될 새 국제회계기준이 보험업계의 유예 희망과는 달리 예정대로 2021년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감독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1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보험사로부터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보고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또 각사로부터 책임준비금(보험부채) 적정성평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 금리 변동 시나리오에 따른 부채 영향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서 도입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고자 여러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회계기준서 개편 방향에 따라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보험업계는 그동안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서의 도입 시기 연장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동조하는 국가가 없어 도입 시기가 예고된 2021년으로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6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서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데, 초안에 도입 예정 시기를 2021년으로 기술하는 등 유예의 기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보험권의 관측이다.

앞서 지난달 한국회계기준원(KAI)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새 보험 회계기준서 도입 시기를 2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새 기준서는 내년 초 위원회에서 공식 채택되면서 세부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새 회계기준서가 적용되면 보험사들은 장차 가입자들에게 내줄 보험금을 장부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 부채로 잡아야 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 확정금리형 상품을 많이 판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자본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 기준서 세부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보험권 건전성 감독과 관련한 제도를 보완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다만 도입 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여러 상황을 가정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외국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 시행이 보험업 전반에 가져올 파급력이 상당하다"며 "필요시 자본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