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대국민담화문을 포함해 현재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사과 또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1~3차 담화에서 모두 국민에게 사과·사죄했지만 1차는 최 씨와의 관계 인정 및 설명, 2차는 검찰 수사 및 특검 수용, 3차는 거취 문제 국회 일임 등에 각각 초점을 맞추는 등 주요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런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첫 번째 대국민사과는 JTBC가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을 보도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에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을 일정 부분 시인하며 1분 40초 동안 미리 준비한 476자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박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박 대통령의 입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온 것은 당시 사과문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국민 사과는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방송을 통해 중계돼 '녹화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두 번째 사과는 지난 4일에 있었다.

박 대통령은 두 번째 사과에서 "사과", "사죄", "참담한 심정", "자괴감", "책임 통감", "용서 구한다"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첫 번째 사과보다 어휘가 훨씬 격해졌다.

담화문 발표 시간도 1분 40초에서 9분 3초까지 늘어났고, 첫 번째 사과를 놓고 '녹화사과'라는 비판이 나온 사실을 인식했는지 생방송의 형태로 중계됐다.

박 대통령은 특히 담화문을 발표하며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두 번째 담화문의 요지는 검찰 수사에 응하고, 특별검사 수사도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 수사를 받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박 대통령은 특검수사는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특검수사가 본격화되면 실제로 대면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이 날 세 번째 대국민담화는 지난 2차례의 사과·담화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진행됐다.

담화 발표에는 약 5분 정도가 소요됐고, 눈물을 글썽이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일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이제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며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처음으로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3차례 사과·담화에서 모두 질문·응답의 순서는 없어 일방적인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날 담화문 발표 시 취재진이 "최순실과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 "다만 몇 개라도 질문을 받아달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가지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질문·응답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으로는 갑자기 결정된 1차 담화와 달리 2·3차 담화는 사전 예고 시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사전 준비를 한 뒤 진행됐다. 이에 따라 1차 담화와 달리 2·3차 담화 때는 대통령 전용 연단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행사장에 설치됐다.

박 대통령 역시 이날 담화 때는 1·2차 담화 때는 하지 않았던 목걸이를 착용하고 화장도 이전보다 짙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