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과 상법, 기업회계기준 등 현행 회계관련 규범들이 서로 상충돼 있어 모순과 불합리를 야기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법무부 회계연구원 등이 주축이 돼 조속히 회계규범간의 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특히 상장법인이 아닌데도 1만4000여 외감법 대상기업의 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토록하는 등의 과도한 회계규제를 차제에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세무학회, 한국상사법학회는 지난달 28일 한국회계학회 창립30주년 기념으로 한국회계연구원에서 ‘글로벌시대에서 회계규범간의 관계 재조명 : 회계기준 세법 상법의 조화문제’라는 학술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해 이같은 의견을 교환했다.
◈ 상법·세법 등 회계관련 기준제각각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대)는 “기업회계기준과 상법은 주식 채권 등 자산의 가치평가에서부터 창업비 신주발행비용 연구개발비 등을 회계처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10여개 조항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상법의 회계관련 규정이 너무 진부해 회계실무에서 사용되는 것과 용어가 다른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회계기준에서도 자본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는 자본금은 물론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파생상품 외화환산 회계변경 연결재무제표 현금흐름표 등에 대해서는 상업상 회계처리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는 점도 시급히 개선햐야할 과제”로 꼽았다.
박정우 서울시립대 교수(세무대학원)는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과 분할 등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을 놓고 세법 기업회계기준 상법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 비상장 중소기업 혼란 심해
참석자들은 회계규범이 서로 달라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식회사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비상장 중소기업이 더 큰 문제다.
기업회계기준은 자산규모가 70억원(상장법인은 10억원)이 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별법인 외감법에 근거를 두고 제정됐다.
자산규모가 이보다 작은 기업들은 특별법인 외감법이 아니라 일반법인 상법의 회계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만우 교수는 “상법의 회계규정이 너무 진부해 외감법 적용대상 이외의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는 상대적으로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법대)는 “실무진들은 비(非)외감법 대상 기업들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해야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게다가 금융회사들이 비외감법 기업에 대해서도 상법보다는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상법 중심으로 회계규범 재정비해야
안경봉 교수는 “회계규범간 상충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법을 중심으로 회계규범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상법에는 기업회계에 대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은 상법에 위임규정을 둬 민간회계기구가 기업회계기준을 제정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안 교수는 “상법 회계 관련 규정과 용어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담당부국장은 “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된 만큼 그동안의 회계관련 감독 체제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회계규범 재정비를 위해서는 재경부 상법학자 회계전문가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를 법무부 혹은 회계연구원 내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내달부터 부내에 상사팀을 구성해 상법 개정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밝혀졌다.
<회계규범간 상충 유발 요인>
구분 |
기업회계기준 |
세법 |
상법 |
제정목적 |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 |
조세채권확보 및 공평과세 |
상인간 이해조정 및
채권자 보호 |
개정정도 |
수시변경 |
국회통과 후 매년 변경 |
법적 안정성 위해
개정 적용 |
유관기관 |
금감위 등 |
재정경제부 |
법무부 |
제 406호 (2005.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