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세무사 직역을 폐지해 변호사제도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분업화·전문화로 가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더구나 법학교육의 정상화 및 예비 법조인 교육의 충실화를 통해 국민들이 저렴하고 손쉽게 법률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업역확대를 위한 여타 자격사제도의 폐지를 주창하는 것은 전문자격사로서의 품위를 일실하는 것이다.

 

◈ 변협의 주장 = 변협의 주장은 현행제도의 개선안을 우선 검토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행제도 개선안으로 변협은 법학부 교육과목에 기본법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세무회계, 국제관계, 통상 등 전문과목의 강의를 개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사법연수원 교육과목에도 법률문서 작성, 변론, 소송절차 등과 함께 세무절차, 특허절차 등 타 자격사 관련과목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세무사, 변리사 등의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확고히 하고 궁극적으로는 세무사 등의 여타 자격사제도를 변호사제도로 통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 시점부터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관세사 손해사정사 등 여타 유사법률 관련 직역에 대한 신규자격 부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학에서 각종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로스쿨에 들어오므로 변호사 외의 유사법률 직역은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변협 주장의 부당성 = 변협의 주장은 한마디로 ‘제논에 물대기’식이다. 세무사제도는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사회 전반에 걸친 분업화ㆍ전문화의 취지에 따라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 및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1961년 도입된 전문자격사 제도이다.

 

변호사에게 세무사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 것도 제도 도입 당시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세무사 자격자가 수요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이 세무사 등 여타 자격사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자격사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 특히 법률소비자의 관점에서 제도를 보지 않고 업역확대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위는 변호사와 법원행정처 차장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위원으로 법원 2인, 법무부 2인, 변호사회 2인, 법학교수 2인, 행정부 2인, 시민단체 2인, 언론계 2인, 국회·헌법재판소·경제계·노동계·여성계가 각 1인씩이다.

 

그러나 행정부 2인과 언론계 경제계 인사 등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채워져 있다.

 

◈ 임의가입 등에 이은 도전받는 세무사제도 = 공정위와 규제개혁위가 세무사회 임의가입·복수설립 및 세무사 아닌 자의 세무법인 설립 허용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협이 사법개혁위에서 세무사제도 폐지를 공론화함에 따라 세무사업계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협의 세무사제도 폐지 주장은 궁극적으로 직무를 독점하자는 것인 만큼 이의 부당성을 적극 홍보하고 저지하기 위한 세무사업계의 단합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정구정 회장은 “변협이 세무사제도를 폐지하고 변호사제도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쟁촉진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는 정부의 전문자격사제도의 운영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사회변혁기에서 터져나오는 주변의 도전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회원의 결집된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단합과 회무 참여를 강조했다.

 

 

제 393호 (200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