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몰래 문서를 위조해 명의신탁이 이뤄졌더라도 명의자와 실질소유자가 특수관계인으로 사정을 알 만한 사이라면 이를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국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국제심판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이 일하는 회사 대표인 사돈이 명의를 도용해 회사 주식을 몰래 명의신탁한 것인 데도 과세당국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A씨가 청구한 부과처분 취소심판에서 기각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의 사돈인 B씨는 실제로는 자기 소유인 회사 주식 4만2000주를 명의신탁해 놓았던 회사 임원이 지난 2000년 퇴직하자 이들 주식을 사돈이자 이 회사 중국 현지법인 임원인 A씨에게 판 것처럼 서류를 작성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가 회사에 맡겨둔 도장 등을 이용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A씨에 대한 명의신탁에 세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상속·증여세법상 ‘증여의제’에 해당된다며 8억7000여만원의 세금을 부과하자 A씨는 명의를 도용당했을 뿐 실제 소유자가 아니라며 심판원에 부과처분 취소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A씨가 외국 근무 중에도 모기업과 업무 연락이 계속 이뤄졌고 A씨와 B씨가 사돈간이라는 점에 비춰 B씨가 사전 협의 없이 명의를 도용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며 “B씨의 형사처벌 기록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A씨와 B씨의 관계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제 388호 (2004.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