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빌딩을 사들인 외국계 법인에 대한 서울시의 지방세 추징은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도 외국법인에 대한 '과세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외환위기 이후 완화된 규제를 틈타 국내에 진출한 외국법인들이 법망을 피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를 찾아내 과세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 배경과 대상 = 시 최창제 세무과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법인이 국내 대형빌딩을 여러 채 취득했지만 일부는 고도의 법률 자문을 거쳐 취득.등록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표본 세무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취득 규제 등으로 외국법인의 대형빌딩 매입 사례가 많아졌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치밀한 세무조사는 한 번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제기된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스타타워빌딩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 논란이었다.
국내 법망을 교묘히 피해 수천억원대 거래를 하면서도 국세나 지방세를 한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말∼11월 중순 서울에 대형빌딩을 산 126개 외국법인을 확인한 뒤 이 중 조세특례법에 따른 면제 대상 60개를 뺀 66개 중 거래한 부동산 가액이 큰 20곳을 표본 세무조사했다.
이 가운데 13곳이 탈루 혐의가 적발돼 364억원을 추징당하게 된 것이다.
◆ 탈루 수법 = 시는 국내 지방세법의 허점을 이용한 탈루 유형을 4가지로 정리했다.
①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지방세법상 과점주주(지분 51% 이상) 규정을 회피한 경우 ②부동산 취득 후 임대관리 업무를 타업체에 위탁 처리해 수도권 신설법인에 대한 등록세 중과세를 피한 경우 ③부동산 취득에 따른 거액의 컨설팅 비용 등을 취득가에서 빼고 신고한 경우 ④비과세나 감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등이다.
가장 많은 유형은 ①번으로 6개 법인이 239억원을 추징당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론스타가 싱가포르투자청(GIC)에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한 경우다.
스타타워빌딩은 통상적인 소유권 이전 방식 대신 주식 인수 형태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럴 경우 현행 지방세법은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과점주주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GIC는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스타타워빌딩의 주식 지분을 각각 50.01%, 49.99%로 분할 인수하면서 이 두 회사 간 상호출자를 하지 않아 이 조항의 적용을 피해갔다.
서울시는 페이퍼컴퍼니들에 100% 출자하고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한 GIC를 국세기본법상의 '실질 취득자'로 간주, 과점주주 취득세를 부과한 것이다.
수도권 내 기업 집중을 막기 위한 등록세 중과(3배) 규정을 피한 경우도 3건(85억원) 있었다.
서울에 법인을 신설하거나 지점을 새로 만들면서 건물을 사면 등록세를 3배(2%→6%)로 중과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휴면법인이나 폐업법인을 통해 건물을 취득하는 수법이다.
또 등록세를 부과하려면 인적.물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이용, 법인 등기부상 본점 소재지가 아닌 곳에 임대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뒤 직원이나 사무실을 두지 않고 외부업체에 부동산 관리를 위탁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시는 '사실상의 지점'이라고 보고 과세했다.
이 밖에 부동산 전문 컨설팅 법인에서 자문용역을 받고 부동산을 사면서도 이 용역비를 뺀 채 취득가격을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하거나 아예 비과세.감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지방세 추징을 통보받은 13개 업체 중 GIC 등 9개 법인은 이를 납부(217억원)했으며 나머지 4개 법인도 납부기한인 이달 말까지 다 낼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 향후 전망 = ①, ②번 유형의 경우 해당 기업들이 '부당한 과세'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의신청, 심사청구,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특히 ①번 유형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시가 국세기본법의 규정을 준용해 과세한 사례여서 향후 해당 기업이 문제 제기를 할 공산이 크다.
이미 8개 회사(354억원)는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하기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시는 과세 불복이 있을 경우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법인과의 공평과세.조세정의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주식 취득을 통한 부동산 거래의 과세에 허점이 드러난 만큼 행정자치부를 통해 지방세법의 관련 규정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 이번 세무조사에서 빠진 나머지 46개 외국법인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자치구별 세무조사를 거쳐 탈루가 드러날 경우 추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