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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186]
[기고] 세무사의 법적 지위에 공공성 있다 - 이승문 세무사
세무사 업무엔 ‘공적인 이해관계’ 얽혀 있어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 노예문서로 보는 시각 근거 미약

 

 

2003. 8. 16자 장익철 세무사가 쓴 『세무사 업무의 공공성』에 관한 글을 잘 읽었다. 해박한 지식으로 세무사법의 맹점을 잘 파악했고, 지금까지 집행부 또는 일부 회직자들에 의해 주로 논의되어진 세무사법의 원칙적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논의를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는 글이었다. 논의의 핵심은 세무사가 과연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에 해당하는가에 관한 의문을 피력한 것으로 그 주제가 매우 시사적이면서 신선하였다.

 

위 글에 따르면 ‘공공성’이란 사적활동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활동의 목적과 결과가 사회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의 것을 의미하고, 그러기 때문에 그러한 성질의 일은 국가나 그 밖의 공공기관이 맡아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개인이나 이익단체의 몫으로서는 적당하지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장익철 세무사는 세무사의 업무범위가 세무대리에 국한되어 있고, 그 업무가 국민의 재산과 납세의무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여 세무사의 업무는 공공성을 지녔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이는 세무사 업무의 공익적인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다른 자격사와의 차별을 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비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무사의 법적 지위인 ‘공공성’이 과연 공익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위한 숨은 의도에 있었던 것인가는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분명히 구별해야 할 일은 세무사의 법적 지위와 그 업무의 성격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것이다. 양자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무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주어진 납세의무를 적절하게 이행하게끔 돕는 일이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세법의 실천이며 납세자 권리의 옹호인 것이다. 납세의무의 이행행위는 법적으로 어디까지나 사인(私人)의 행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사인간의 행위라기 보다는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행위이므로 그 행위의 결과는 직접적으로 과세관청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그것은 국민부담에 관한 것이므로 종국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세무사의 업무는 ‘이해관계의 단순 조정’이라기 보다는 ‘공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업무’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서 세무사의 법적 지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가능한 한 부담의 완화를 요구하는 납세자의 입장과 재정권이 두텁게 보호되기를 바라는 과세관청의 입장이 서로 그 이해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세무사는 어떠한 관점에 임해야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납세자의 편에서만 선다면 세부담 경감이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다. 또한 국가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익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가의 재정권보호가 지고지선이 된다. 우리는 바로 이 두 가치가 충돌하는 곳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지위가 바로 세무사의 법적인 지위인 것이며, 세무사법에서는 이를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사의 업무가 단지 공공성이 있다거나 공익적인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세무전문가인 세무사의 법적 지위에 그 공공성이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때의 ‘공공성’은 세무사업무의 성질이 대중적(public)이면서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또한 업무의 결과에 대하여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자가 많기 때문에 세무전문가로서 공정성(justice)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공공성은 세무사가 ‘공공성’이란 권위를 빌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중립적’이라는 의미와도 다른 것이다. 또한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로지 세무전문가로서의 공정한 업무수행이 바로 ‘공공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성’의 의미를 관권 의존적인 발상이라고 하는 주장은 그 공공성을 권위적인 의미로만 파악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우리의 업무에는 권위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그러한 데에 기대려는 사람이 있다면 벌써 도태됐을 것이다. 어쨌든 장익철 세무사의 주장은 이러한 의미의 공공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으로 느껴진다.

 

다만 장익철 세무사의 글이 우리의 업무자세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준 것만은 틀림이 없다. 세무사가 올바르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이 두 가지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독립성의 보장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문성까지 구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독립적인 지위는 납세자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과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세권력으로부터 독립이 되지 않으면 전문가로서의 판단작용을 할 수 없고 종국적으로는 납세자의 권리를 옹호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세무사가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면,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납세자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전문성이 바로 세무사의 존재의의이며, 그러기 때문에 전문성에는 독립성도 함의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지위가 필요한 것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 즉, 공공성을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다.

 

세무사의 법적 지위로서의 ‘공공성’은 세무사 업무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익이나 공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장익철 세무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업무의 효율 또는 능률에 관한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의 주장대로 세무사의 아이덴티티와 연관이 되는 부분이다.

 

장익철 세무사는 세무사의 업무의 특성을 다원성이니, 능률이니, 이기사회의 첨병이니 현란하게 주장하지만 기본적으로 세무사가 지녀야 할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모든 자격사제도가 설립될 때에는 그 목적이 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사명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안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필자도 세무사법상 목적과 세무사의 사명이 혼동되고 있고, 세무사법의 목적이 경직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세무행정의 원활을 세무사법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그 부당성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을 세무사의 업무초점으로 맞추어 이를 노예문서에나 볼 수 있는 것으로 혹평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논리적인 근거가 미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무사의 기본적 사명은 전문가로서 납세자의 의무이행을 돕는 데 있는 것이다. 이는 세무사가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가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 줌으로써 과세권력과 대등한 지위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if they are to meet the tax official at his informed level). 이러한 세무업무는 납세의무의 이행에서 출발한다. 납세자의 권리보호 역시 납세의무의 이행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며 홀로 따로 존재하는 업무가 아니다. 이러한 세무업무가 세무사의 기본적인 업무인 것이다.

 

이런 업무를 노예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도대체 그가 주장하는 ‘다원적 이기사회에서의 첨병’이라고 하는 세무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과연 어떠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도 필자만 모르는 무언가 다른 세무사 업무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장익철 세무사에게 묻고 싶다.

 

<이승문 세무사법개정연구위원장>

 

 

제 375호 (200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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