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돈 많은 고객을 겨냥한 프라이빗뱅킹(PB) 확대에 나서면서 PB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본격적인 PB서비스를 위해서는 질 높은 서비스 제공, 전문인력 확충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커지는 시장=금융감독원이 14일 내놓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하나, 외환, 우리, 광주(6월말 현재), 제일, 한미(8월말 현재) 등 6개 은행의 PB고객은 15만6천명으로 2002년말(12만7천명)보다 22.9% 늘었다. 이들 은행의 PB고객 수신액은 같은 기간 7조4천억원에서 10조1천억원으로 36.1% 증가했다.
은행들은 11월 PB시장의 강자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통합,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하는 것에 맞춰 PB점포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5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웰스 매니지먼트센터’ 2호점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연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에 ‘골드앤 와이즈 PB점’ 13호점을 낸 뒤 올해말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원은 “최근 은행들이 PB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에 따라 ‘20-80법칙’, 즉 돈 많은 소수 고객이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내화외빈=그러나 국내 PB서비스는 고객 기준, 서비스 내용 등에서 들쭉날쭉하며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신한, 하나은행 등은 10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PB고객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기준은 3천만원이다. 핵심 서비스인 자산관리나 자산운용 등 본서비스보다는 골프행사, 보석쇼, 맞선행사 등 부가서비스가 주류를 이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부가서비스를 통해 큰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PB가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과 달리 PB서비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PB영업이 당장 은행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자산관리에서부터 유언상속, 부동산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자문해 줄 전문 PB인력도 절대 부족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자체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서비스’가 부실하다보니 자산가들의 불법 해외재산 도피와 세금 회피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씨티은행의 일본 PB점 4곳이 자금세탁혐의가 있는 금융거래를 묵인했다는 혐의 등으로 일본 금융청(FSA)으로부터 1년 영업정지 후 폐쇄조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