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돈을 다 어디다 써야 하지?”
정부의 보유세 인상조치로 재산세·종합토지세가 작년 1333억원에서 올해 1915억원으로 늘어난 서울 강남구청 한 공무원의 말이다. 보유세인 재산세·종합토지세는 전액 구청이 갖는 세금이다. 돈이 남아돌아 매년 ‘보도 블록’을 새로 깐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강남구청은 보유세 인상 조치로 582억원의 세수가 더 늘어나자 ‘세금을 어떻게 쓸까’를 놓고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는 공원과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데도 최근에는 모노레일까지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서초구청도 마찬가지다. 보유세가 작년 733억원에서 올해 1076억원으로 343억원이 늘어난다. 두 구청 관계자들은 “세금이 더 필요 없는데도 정부가 억지로 세금을 더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꼴”이라며 볼멘 소리다.
부자 구청과 달리, 가난한 구청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질 게 없다. 금천구청은 보유세가 작년 131억원에서 152억원으로 21억원이 늘었을 뿐이다. 보유세를 다 합쳐 봐야 강남구의 10%에도 못 미친다. 중랑구(177억원)와 강북구(179억원)·도봉구(166억원)도 보유세가 200억원을 넘지 않는다. 모노레일은커녕 2차선 도로 하나 뚫기도 버겁다.
구청 간 세수의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 심화를 우려한 전문가들은 정부에 구청 간 세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모순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유세 인상에만 집착하고 있다. 공무원 월급 주기에도 버거운 구청과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를 고민하는 구청 간의 집값 차이는 불 보듯 뻔하다.
앞뒤 가리지 않는 정부의 막무가내식 보유세 인상은 결국 ‘지역 간 불균형의 심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