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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법인설립 구비서류가 미국의 9.6배라니
[연합뉴스 2006-06-23]

 

한국에서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회사를 설립할 꿈을 접어야 한다. 설립절차가 매우 복잡한데다 구비하여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비용마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발기인 구성에서 부터 설립 신고까지 16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13단계에 그칠뿐 아니라 법인자격을 취득한 6단계 이후의 절차는 60일이내에 보고만 하면 된다. 특히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정관과 이사회 의사록 등 33종류, 48개 서류가 필요해 고작 5개의 서류가 필요한 미국에 비해 무려 9.6배나 많다. 법인 설립 비용도 미국, 캐나다보다 1.8배 가량 많이 든다.

  
   행정기관의 규제가 심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골프장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행정기관의 도장이 무려 700여개나 된다고 해서 규제완화가 화두로 등장한 지 꽤 오래됐지만 아직도 규제는 이처럼 서슬이 시퍼렇다. 정부는 틈만나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면서 자랑하듯 실적을 발표하곤 하나 막상 해제해야 할 규제는 그대로 있고 풀지 않아야 할 규제를 풀어 말썽을 빗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기업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산업공동화와 청년실업 증가. 경기 하강 조짐 등으로 창업 촉진이 초미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데도 회사설립 절차는 아직도 이처럼 복잡하다. 미국은 2만달러 장벽에 직면한 80년대에 레이거노믹스를 앞세워 규제완화와 기업환경 개선을 추진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경제 인프라스트럭처 제공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기업가 정신과 투자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 공무원들은 이조시대의 전통 탓인지 군림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어도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다. 신고하러 가면 신고를 안받겠다고 하니 신고제가 허가제와 같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무원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복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모든 법규를 국민 편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실천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의식이 선진화되지 않는다면 우선 제도만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이다. 각종 인허가 신청 등 행정수속을 전산으로 처리하는 전자정부 실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민원인에게 서류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담당공무원이 행정서류를 전산 검색하도록 제도화하는 등 행정서비스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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