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국세청장이 27일 청와대에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 청장은 지난 3월 이후 1년4개월여라는 적지 않은 기간을 재임해 '물러날 때도 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 사임은 갑작스럽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들어 이 청장이 사퇴할 것이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됐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정부의 3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의 지방청장 인사가 뚜렷한 이유없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래서 국세청 주변에서는 이 청장이 고위공무원단 시행에 맞춰 인사적체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이란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았다.
심지어 몇 안되는 지방청장 자리를 놓고 내부 인사들의 경합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외압' 등으로 인해 인사권이 제한되자 사퇴를 결심했을 것이라는 설도 떠돌고 있다.
이 청장이 취임 인사청문회는 물론 국세청 주요 회의 때마다 "언제라도 그만둘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해오긴 했지만 임시국회가 열리고있는데다 내달 중국 국세청장과의 회담을 예정하는 등 최근까지 통상적인 업무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경쟁에 따른 조직의 내분을 추스리기 위해 스스로 직을 내던졌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치러진 세무사 시험에서 오류가 두 차례나 잇따라 발견되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이 청장의 자존심을 구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5.31 지방선거' 결과가 이 청장의 사퇴결심을 부추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록 국세청이 정책을 입안하는 부처는 아니지만 집권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요인의 하나로 지목된 '부동산과 세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 외형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이 청장에게 심적 부담을 안겼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평소 "책임질 것은 반드시 책임진다"고 강조해온 이 청장의 스타일상 부동산과 세금 문제와 관련있는 부처의 기관장으로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최근 측근 인사들에게 "책임있는 정부부처의 공무원으로서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참담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평소 강조해온 내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없는 과세 원칙이 지난해 론스타 등 6개 외국계 펀드에 대한 강도높은 세무조사로 차질없이 진행된데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10개국 국세청장 회의체' 창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세청장 회의 서울 유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마무리됐다는 판단도 이 청장의 사퇴 결심을 굳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 투기 및 외국계 펀드 조사를 6개월 이상 지휘하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진 것도 사퇴 배경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 청장의 사퇴를 놓고 국세청 안팎에선 뜻 밖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계기로 만성적인 적체를 보이고 있는 인사에 숨통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후임 청장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군표 국세청 차장의 승진 발탁이 유력하며 후임 차장에는 한상률 서울지방국세청장, 오대식 정책홍보관리관, 권춘기 부동산납세관리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