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국세청장이 돌연 물러난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본인이 건강 문제와 후배들을 위한 용퇴를 퇴진의 변으로 밝혔고 청와대도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표 수리를 발표하면서 이를 확인했지만 워낙 자리가 자리인 만큼 항간에서는 쉽게 납득하지 않는 모습이다. 5.3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라는 여권의 압력에 따른 경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경제팀 교체의 신호탄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돌고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등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라는 인신 공격적 소문까지 흘리고 있어 뭐가 뭔지 모를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권의 압력에 따른 경질설은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 전 청장이 전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기에 앞서 잠시 면담한 것은 사실이나 사퇴 압박을 가한 일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부동산정책이라면 책임을 져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먼저 져야지 국세청장부터 문책할 성질은 아니다. 경제팀 교체를 국세청장부터 한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부적절한 처신설은 청와대에서 일축했으니 역시 신빙성이 적다고 봐야 한다.
이 전 청장의 말을 선의로 해석한다면 굳이 의심만 할 것도 아니다. 그는 진작부터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참여정부가 끝나기 전에 후배에게 국세청장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고 한다. 참여정부가 1년 반쯤 남았으니 물러나려면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그는 론스타 등 6개 외국계 펀드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내외 자본에 대한 차별 없는 과세 원칙을 확립했고 부실 과세 해소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세청 간부들에게 밝힌 소회를 통해 "그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한 업무가 마무리되거나 체계를 잡아감에 따라 청장직을 마무리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한국을 포함한 '주요 10개국 국세청장 회의체' 창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 서울 유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마무리됐다는 판단도 지병인 고혈압의 악화와 함께 사퇴 결심을 굳히는 계기로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세청 직원들도 대체로 이 전 청장의 뜻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국세청장쯤 되는 고위 공직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군말이 나오지 않게 미리 조치할 수 없었느냐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무리 떳떳해도 군사작전처럼 창졸간에 처리하면 불필요한 추측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래서는 본인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더 이상의 억측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국세청은 동요하지 말고 새 국세청장과 더불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초일류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