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상승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하강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로 접어든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지만 민간연구소들은 짧은 확장기를 접고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발표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산업활동동향은 민간연구소들의 견해에 힘을 싣고 있다.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5분기 만에 최저인 0.8%에 그쳤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5개월째 하락했다.
◇ 경기지표 이미 내리막길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5개월 연속 하락, 경기가 짧은 확장기를 접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6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4.9%로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1월에 0.7%포인트 증가한 이후 2월 -0.4%, 3월 -0.5%포인트, 4월 -0.8%포인트, 5월 -0.5%포인트 등으로 5개월째 내리막이다.
선행지수가 추세적으로 변하는 것인지를 알려면 보통 3~6개월 정도 봐야하는데 이미 5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져 민간경제연구소들의 경기하강 전망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1% 하락, 4월부터 3개월째 내리막이다. 3월에 정체(0.0%)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월부터 5개월째 내림세다.
그러나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10.9%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비 역시 작년 동월보다 5.2% 증가해 실물경기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다.
다만 소비재판매에서 전기비로 보면 내구재 판매는 승용차.가전제품의 호조로 5.9% 늘었지만 준내구재는 의복.신발 등의 부진으로 2.2% 감소하고, 비내구재도 0.2% 감소해 각각 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비심리도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재판매만 보면 6월에 월드컵 특수도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
◇ 건설투자.고유가.소비심리가 직격탄
최근의 경기지표 하락은 건설투자 부진에 따른 측면이 크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건설기성은 작년 동월보다 0.8% 증가에 그쳐 작년 2월(-3.3%) 이후 1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동행지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건설수주도 7.7%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투자 부진은 2.4분기 GDP 증가율을 낮춘 것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는 건설투자 부진이 2.4분기 GDP 성장률을 0.4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경기 선행지수 하락에는 체감경기 부진으로 5개월째 내리막인 소비심리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의 이달 초 발표한 소비자 기대지수는 전월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면서 5개월째 하락했다.
이 같은 소비자 기대지수는 경기 선행지수 구성지표에서도 5개월째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이와함께 국제유가의 초강세, 세계적인 금리인상 등도 경기지표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일시 후퇴냐 본격 침체냐
경기지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경기가 확장기에 일시적으로 수축국면에 들어간 것인지, 정점을 지나 하락하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경제가 견조한 성장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통계청 최 국장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수축 국면이지 경기 정점을 지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4월부터 경기가 회복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상승기간이 8~9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현재의 국면을 경기하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행지수의 3분기 반등 가능성이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경부는 2.4분기 GDP와 관련해 "건설투자를 제외한 전반적인 경기흐름은 정부가 하반기 전망에서 예상했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반면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시에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당초 예상보다 선행지수가 빨리 위축되면서 동행지수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건설부문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출하 증가율은 둔화되는데 재고는 늘어나는 경기 하강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기 자체는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가 더블딥이나 장기불황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가장 낮았던 2005년 4월을 저점으로 볼 경우, 올해초까지 불과 9개월 남짓 반짝 상승세를 보인 경기가 이후 본격 침체에 빠지게 되면 경기 침체뒤 일시 회복되다가 하강하는 '더블딥' 양상을 맞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