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대구와 경북지역에 본격적인 불볕 더위가 시작되자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을 취하기 위한 묘안이 시민들 사이에서 속출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30일 낮 최고기온이 34.3도, 31일 34.9도로 연일 `찜통 더위'를 이어갔고 31일 아침 최저기온이 25.8도를 기록하는 등 올들어 세차례의 열대야 현상도 나타났다.
포항과 영천 등 경북 곳곳에서도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데다 며칠간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시민들의 `더위와의 전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바람이 최고"
주부 권모(37.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요즘 밤만 되면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대형할인점으로 `피서'를 간다.
냉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공짜로 더위를 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이나 계곡처럼 모기 등에 물릴 염려도 없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 서점 등 편의시설이 다양해 최근 밤 시간대의 대형할인점은 평일에도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권씨는 "에어컨 바람 아래서 공짜로 더위도 식히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심야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대표적 `한밤 피서지'로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나 연인, 영화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다.
대구의 한 영화관 관계자는 "무더위 때문인지 최근 며칠 사이에 심야영화 관객이 10% 가량 늘었다"면서 "찜통 더위가 지속되면 심야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강바람이 더위엔 그만"
시민 이모(35.대구시 중구 삼덕동)씨는 30일 밤 더위로 30분간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돗자리를 들고 가족들과 집 근처 신천 둔치로 나섰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돗자리에 누워 1시간 정도나마 편안한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다.
이씨처럼 무더위를 피해 찾아온 시민들로 신천 고수부지나 금호강변 등이 최근 밤시간대에 부쩍 붐비고 있다.
한밤 피서객들을 겨냥해 맥주와 컵라면, 음료수 등을 파는 간이매점도 곳곳에 등장, 피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팔공산 동화사지구 야영장도 조만간 `야영족'들의 텐트로 가득찰 것으로 보인다.
열대야를 피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들은 텐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곧바로 일터나 학교로 나서는 시민들.
숲 속의 맑은 공기 속에서 잠을 자면 더위 뿐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야영을 선호하는 이유다. 야영장에는 샤워장이 설치돼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더위는 열기로 이겨야죠"
김모(25.여.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퇴근 후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밤늦도록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긴다.
김씨는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만큼 무더위 불면 해소에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더위를 열기로 이겨내는 `이열치열형' 시민들도 한밤 대구 도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의 속도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밤공기는 선풍기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감을 가져다 준다.
하모(45.대구시 동구 지묘동)씨도 여름철 더위에 체력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후텁지근한 밤공기 속에서도 10㎞ 조깅을 빠뜨리지 않는다.
하씨는 "덥다고 에어컨 바람 밑에 앉아 있는 것보다 땀이 나도록 뛰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가장 몸에 좋은 피서법"이라고 `이열치열' 예찬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