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가 9일 '모든 사람을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찬반 격론이 일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 FTA가 자유화나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미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교육, 의료 등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자체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미 FTA는 양국간 서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지 양국간 규제를 모두 푸는 자유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를 하면 법과 제도 등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하며, 시스템을 바꾸면 득이 된다는 식의 논리는 저항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일부 제도개혁이 포함될 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미국과 상호적이고 부분적으로 제한된 개방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중석에 있던 강철승 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FTA 보다는 일본이나 중국과 FTA를 먼저 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우리나라의 교역량이 3, 4위 수준 밖에 안 되는데 반해 일본이나 중국과의 교역량은 훨씬 많다"고 반박, 미국과 먼저 FTA를 추진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대회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FTA에는 찬성하지만 한미 FTA에는 반대한다"면서 "한미 FTA협상은 미국과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으로 가는 길인데,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이나 제도가 미국화해 장기적으로는 악화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개회사에서 "현실의 정부 정책이 획일적인 사고와 성급한 이론 적용으로 인해 희생제물이 되곤 했다"며 "한미 FTA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논란에 대해 "자유무역의 이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가볍게 여겨 협정 타결을 재촉하고, 현실의 어려움에만 친숙한 사람들은 자유무역이 가진 원론적인 장점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장기적 이익을 지향하되 단기적인 부작용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회의에서는 주제발표시간에 비해 토론자나 청중의 토론시간이 너무 적어 토론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시간을 제한하려는 주최측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다.
이재웅 교수는 "주제발표 시간에 비해 토론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전문가들간 토론의 질에 문제가 있다"며 토론시간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강철승 교수는 "한미 FTA 관련 공청회에서는 학자들은 배제된 채 정부가 주최하고 국책연구소 연구원중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참가해 매번 같은 내용이 토론된다"면서 "오늘처럼 청중석을 형식적으로 마련해두고, 토론시간도 제한하려면 대체 왜 토론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