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원회 등 경제 부처들은 지난 9일 발표된 열린우리당과 경제5단체의 뉴딜이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딜의 골격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경영권 방어책 강화 등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사안들이지만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고 관련 부처 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않은 상황에서 재계와 합의한 뉴딜을 강행할 경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도 우려된다.
◇ 정부내 뉴딜 논의 아직 없어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여당과 재계의 뉴딜에 대해 여당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해 오면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뉴딜과 관련한 부처간 협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종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출총제 폐지, 경영권 방어책 강화, 규제 완화 등은 재계에서 그동안 계속 건의했던 사안들이고 정부도 이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뉴딜의 핵심으로 꼽히는 출총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관심은 남다르다. 대규모 투자를 내세운 재계의 요구대로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없이 출총제가 폐지된다면 대안 마련을 전제로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당과 재계가 출총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여당은 재계가 먼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제시하면 출총제 폐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재계는 뉴딜을 조건없는 출총제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당이 촐총제 폐지에 무게를 둘 경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총출제 등 정부내에서도 이견
여당과 재계의 뉴딜 성사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간 의견 조율 뿐 아니라 정부 내부의 의견일치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촐총제가 대표적인 예다. 공정위는 출총제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왜곡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대안없이 출총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오승 공정위원장도 "출총제 대안 마련 작업이 출총제 폐지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고 순환출자에 대한 단계적 해소 등의 대안을 찾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자원부의 출총제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여당의 정책위의장 출신으로 국회의원 신분인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외부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총제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계열사 간 상호지급보증 금지, 수익성 위주의 경영, 소액주주권의 강화 등으로 무리한 계열사 확장과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 가능성이 약화됐기 때문에 출총제 존속의 필요성이 매우 낮아진 상태"라며 출총제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 뉴딜 현실성 있나
정부와 여당의 의견 조율 부재, 정부내 이견 존재 등으로 뉴딜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경제정책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여당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재계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그 자체가 주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뉴딜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하지만 "여당이 당론으로 각종 기업규제 완화 등을 하기로 했더라도 결정권자는 아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재계도 각종 약속은 했지만 기업은 이윤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는 몰라도 노동시장 환경의 개선이 없으면 고용을 늘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경제적인 측면의 검토나 관련 부처 간의 의견 조율 등이 없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정책에 혼란만 가중되고 긍극적으로 정부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도 "뉴딜을 제안하려면 최소한 당.정.청간 조율된 의견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과 재계의 합의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런 부문에 대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