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세무사법 개정의 의의
2003.12.23. 꿈에 부풀었던 세무사법 개정이 기대만큼 되지 않았지만 낙담할 정도는 아니었다. 달성하고자 하였던 목표를 거의 달성하였기 때문이다. 모 언론은 국회의 최종 결론에 대하여 ‘세무사회 42년 사에 최대의 졸작’이니 ‘기형적 법률’을 만들었다느니 하면서 비아냥 거리기도 하지만, 그런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이번에 성취하고자 했던 것은 세무사 호칭권의 박탈이었고, 결국 그런 결론을 이끌어 냈다. 다만 호칭권을 박탈하는 형식에 있어서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라 다소 빗나간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전문자격사의 기본적 권리에는 업무수행권과 자격호칭권이 있다. 그래서 자격을 박탈하면 모두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기본적으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일반 법률사무’ 또는 ‘세무대리’라는 이름으로 세무업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 그 업무수행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의 법 개정목표를 업무수행권의 박탈에 두었던 것이 아니라,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편으로서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에 별도로 업무수행권을 주는 방안을 강구했던 것이었다.
실리 챙긴 세무사법 개정
이번 세무사법의 개정 내용을 요약하면 1) 세무사 자동자격자의 자격호칭권 폐지 2) 자동자격자의 세무대리등록과 감독 신설 3) 세무사의 징계 완화 4) 기타 세무사 등록 전 실무교육의 확대 5) 종사직원 교육비 환급을 위한 세무사회 세무연수원 설립과 사무직원 교육강화 6) 종전 세무법인의 조직변경시한 1년 연장과 손해배상책임준비금의 보험대체 허용 등이다.
세무사의 징계제도를 비롯해 세무사등록 전 실무교육에 관한 문제도 자격 호칭권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였지만, 그만 자동자격제도 문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필자는 이 법 개정에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이에 부수해서 여러 가지 소중한 결과도 얻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세무사법 개정운동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모두가 회 내부에서 내연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앞으로는 이를 운동의 동기로 삼을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나게 됐다.
우리의 힘으로 이번 개정을 성취하였다는 것 자체가 그런 사실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의원입법의 형식이었지만 우리 회로서 그만한 역량이 없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과거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소중한 결실이다.
둘째,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법개정의 운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변호사업계와 공인회계사 업계는 철옹성이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였고 냉소적이었다. 정부 입법이 어려웠던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문은 열렸다. 입법과정 특히 변호사만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우리의 주장을 당당히 폈었다. 비록 우리 주장 그대로를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법 개정 전에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던 일이었지만 결국 해냈다.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생각할 때 이러한 선례야 말로 좋은 본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셋째, 세무사제도만이 아니라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법 개정에서 언론홍보는 성공작이었다. 구호만으로는 얻을게 없다는 것이 이 번 개정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온 몸으로 느꼈고 경험했다.
한 두 사람의 실력자에 의지해서 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과정에서 그것을 절감했고, 앞으로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차분히 준비를 하게 하는 업무방법론을 일깨워 주었다는 사실이다.
Ⅱ. 세무사의 자격과 명칭
1.전문가 제도의 의의
전문가제도는 법률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일종의 제한이다. 법률로써 공공의 복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문분야의 업무에 대하여 직업행사의 자유(Beruf aus ubung freigheit)를 전면적으로 금지시켜 놓은 다음 주관적 요건으로서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직업선택의 자유를 회복해 주는 제도가 바로 직업전문가제도다.
전문성 내지 기술성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인 자격을 가진 전문가에게만 금지된 업무를 할 수 있게 영업의 자유를 허용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업무수행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격사의 호칭권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이 전문가제도는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최소한의 제한으로 그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관적 사유 즉, 일정한 자격에 의하여 제한을 하는 것이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일정한 자격을 검증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시험이나 경력에 의하여 선발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시험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고 경력은 보충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시험이 아닌 다른 경력 등의 방법으로 취득한 자격은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보조적인 자격부여 방법에 지나지 않고 시험에 의한 자격이 주된 자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자격사제도에서 1시험1자격의 원칙이 가장 단순 명료하고 가장 바람직스럽다. 오늘 날 거의 모든 전문자격사가 1시험1자격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아직도 몇몇 자격사는 복잡한 형태의 자격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세무사제도는 복잡한 후자의 경우이다. 사실 세무사를 매년 700여명씩 시험을 통해서 선발하고 있으므로 1시험1자격의 원칙을 수립할 때는 이미 지났다.
또 복잡한 자격제도일수록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자격의 취득 경로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또한 국민은 그것에 대하여 알 권리도 있다. 한편 세무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 자격사의 경쟁을 유발하고 그 책임의식을 고양할 필요도 있다. 세무사 자격제도의 정비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2. 업무수행권과 자격호칭권
국회를 통과한 최종 세무사법중개정법률안은 세무사의 자동자격제도를 현행대로 유지고, 대신에 그들에게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형태다.
현행법상 세무사의 자격을 취득하는 자는 세무사자격시험합격자,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이다(법 제3조). 그런데 이 중 세무사자격시험합격자에 대하여만 세무사등록부(법 제6조 제1항)에 등록을 할 수 있게 하고, 그 등록자에 한해서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법 제20조 제2항) 것이 이번 법개정의 골간이다. 몇 단계를 거쳐서 세무사자격시험합격자에게만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다른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하여는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그치고 ‘세무사’라는 자격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업무수행권과 자격호칭권을 분리한 것이다. 세무사시험합격자에게는 그 두가지 권리를 다 부여하였지만,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하여는 자격호칭권을 제한함으로써 앞으로는 세무사의 자격은 가지되 자격의 표시로 ‘세무사’라는 명칭을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자격사에 부여되는 자격호칭권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고 업무수행권만이 남게 되었다. 개정된 자동자격제도는 진정한 의미의 자동자격제도가 아니라 업무수행권을 보장하는 형식적인 의미의 자격으로 그 취지가 변경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초 재정경제위원회의 안은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것이었으므로 복잡하게 자격에서 업무수행권과 자격호칭권을 분리하는 문제는 없었다. 업무수행권에 관해서는 세무사의 자격과는 무관하게 따로 법 제20조의2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보장을 하였었다. 그러기 때문에 두 안은 법 형식만 다를 뿐 실질 내용은 모두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언론에서 심각하게 보도한 것은 각 자격사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과 의구심을 부추기고, 업무는 할 수 있되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는 이상한 법형식에 대하여 헌법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상대 자격사에 밀려서는 결코 안 된다는 자존심,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업무수행권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이상한 형태의 법률을 만들어 냈고, 그리하여 그것이 위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자존심과 의구심은 사실 법안심의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이 못 된다. 그것은 심리적 문제로서 현실적인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재정경제위 안이 매우 합리적이었다.
어쨌든 이 번의 개정으로 세무사법상 자동자격제도는 형식적인 자격의 의미만을 지니게 됐다. 그 자격이 세무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 외에는 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업무수행권과 자격호칭권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전문자격사제도에서는 일반 상식이다. 그런데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의 자격은 세무사법상 골간을 이루는 자격이 아니다. 또 이 같이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한 취지가 모자라는 세무사의 수요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므로 기본적으로는 업무수행권을 부여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세무사의 호칭이 그 목적이 아니었다.
전문자격사제도가 탄생하게 되면 그 업무를 수행하였던 종전의 자격도 그 새로 신설된 자격사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종전의 자격을 포함하여 신설된 자격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며, 법리상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적용에 있어서 예외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다. 세무사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무사법 제정당시 세무업무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직무였지만, 세무사법의 제정으로 당연히 세무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법과 공인회계사법에서 그 업무수행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세무사법에서 그 권리를 제한하지 않고 그것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세무사의 자격이 부여된 것으로 해석된다. ‘세무사’라는 명칭 사용은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 부차적인 것이었다. 또 납세자의 올바른 선택, 각 자격사의 책임강화, 세무서비스의 질 향상 등을 위해서 자격호칭권만을 제한한 것은 본질적인 제한이라 할 수 없다.
또 외국의 경우에도 이들에게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고 있는 점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그러한 제한으로 인해 침해를 받는 사익보다는 이로 인한 공익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어 위헌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3. 등록제도와 업무수행권
현행 전문자격사제도는 자격을 취득하는 것만으로 전문분야의 업무를 자유롭게 하도록 방임을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전문자격사를 두게 된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게 전문자격사로 하여금 권리의무를 부여하고 그 권리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위한 감독을 하게 된다.
전문자격사의 등록제도는 공적인 자격사명부에 그 자격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등재하는 것이지만 금지된 업무를 허가해 주는 허가적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 업무수행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므로 전문자격사가 업무를 개시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번 개정에서는 세무사의 등록제도를 2원화하여 세무사자격시험합격자인 세무사와 자동자격자인 공인회계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세무사등록부’에 후자에 대하여는 먼저 공인회계사법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을 하고 나서 재정경제부에 비치한 '세무대리등록부'에 등록을 하도록 규정을 하였다(법 제6조 제1항, 제20조의 제1항). 등록대상자가 등록을 하지 않고 세무대리업무를 개시하면 1년 이하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등록은 세무업무를 하기 위한 요건이 된다(법 제22조의2).
그러나 이 번 개정에서 변호사에 대한 등록규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변호사업계에서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변호사에게 정말로 유리한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변호사가 세무사법상 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제3조에서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였다는 것과 제20조 제1항 단서에서 변호사의 직무로서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등록을 하지 않고서 세무업무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제20조 제1항 단서의 의미는 법률사무에 속하는 세무업무에 대하여는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사법상 별다른 제한 없이 그 업무수행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단서의 규정은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와 별개로 규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경우 세무사의 자동자격부여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 아닐수 없다. 법률사무에 속하는 세무업무의 경우에는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세무사로서 등록을 함이 없이 이를 수행할 수 있겠지만, 법률사무에 속하지 않는 세무업무는 변호사의 직무가 아니므로 또 다른 법적근거가 있어야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무사법상 세무대리의 등록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세무사의 업무를 세무사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이상 세무업무가 변호사의 직역인 법률사무라는 이유만으로 세무사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법률사무에 속하는 세무업무라도 엄연히 세무사법의 규정을 적용 받는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변호사의 등록만으로 족하고 세무사법 등록을 업무수행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법 제20조 제1항 단서). 그런데,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공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격을 준 이상은 특별한 이유없이 그 업무를 못하게 하는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 개정으로 사실상 업무를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입법론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 380호 (2004.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