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4일 '국민의 공감을 얻는 따뜻한 세정'을 표방하며 세무조사 횟수와 기간을 크게 줄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와 환율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세무 조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그러나 '질 나쁜' 고의적 탈세에 대한 감시의 고삐는 더 바싹 조여질 전망이다.
◇ 내년 세무조사 2005년보다 23% 줄어
우선 국세청은 지난해 2만6천건이었던 총 세무조사 횟수를 올해 2만3천건으로, 내년에는 2만건 수준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조사를 받은 지 오래됐거나 단순히 전산 검색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된 기업에 대한 일반 정기 세무조사가 주로 축소되며, 혜택은 특히 매출 300억원 미만의 중소법인들에 집중된다.
작년의 경우 300억원 미만 중소기업 가운데 약 1.7%(5천629개)가 조사를 받았지만 올해는 이 조사 비율이 1.4%까지 낮아진다.
그러나 국세청은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조사 비율 13%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작년에는 매출 300억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 714개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간 역시 20% 정도 짧아져 현재 15~70일인 법인납세자 조사 기간은 10~60일로, 현재 7~30일인 개인의 경우 5~25일로 줄어든다.
또 지방청과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심사를 강화, 함부로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이는 그동안 납세자들로부터 제기된 '적발 실적이 부진하면 임의로 조사 기간을 늘린다'는 지적과 불평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국세청은 전반적 세무조사 축소에 맞춰 작년 말 현재 1천718명 수준이던 지방청의 조사 인력을 이달 말까지 1천395명으로 줄인다.
축소 인원 323명은 세원관리 부문, 특히 올해 납세대상이 크게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 관련 업무에 투입된다.
◇ 간편 조사..상담.교정 역할까지
단순한 탈루 세금 추징 작업이 아니라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는 세무 조사를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간편 조사(Simplified Audit)' 제도는 더욱 활성화된다.
간편 조사란 서면 조사를 중심으로 일반 조사 기간의 절반 수준(3~7일)으로 짧게 진행하는 약식 조사를 말하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미한 회계처리 오류 등에 대한 지도와 자문도 이뤄진다. 간편 조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기간 연장, 금융조사, 거래처조사 등이 제한돼 그만큼 조사 대상 사업자의 부담이 크지 않다.
국세청은 그동안 한 해 200건 정도 실시해 온 간편 조사를 550건까지 늘려 매출 500억원 미만 법인에 대한 조사 가운데 15%에 이 형태를 적용할 방침이다.
간편 조사 대상 기업은 정기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매출 500억원 미만이며 성실 신고가 인정되는 업체, 설립된 지 5년이 채 되지 않는 매출 100억원 미만 업체가 주로 선정된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자료제출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탈루 유형과 세액 규모 등을 고려, 간편 조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일반 조사로 전환해 현장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 조세범칙 조사는 강화
성실한 납세자들에 대한 통상적이고 정기적 세무 조사는 줄어드는 대신 탈루 가능성이 크거나 구체적 혐의가 짙은 불성실 신고자들에 대한 감시는 더욱 매서워진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축소 방향과 상관없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고 법인 및 자영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세범칙조사 적용 기준에 따라 철저히 조사, 고발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조세범칙조사는 이중장부, 허위계약, 증빙서류 변조, 부정 세금계산서, 무자료거래, 변칙적 증여 및 상속, 기업자금 개인 착복 등의 혐의가 있는 경우 실시되며, 국세청이 조세범칙조사를 통해 검찰에 고발한 건수는 지난 2002년 96건에서 2003년 164건, 2004년 308건, 2005년 277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은 그동안 다소 관대했던 매입세액 부당공제와 허위 비용 계상을 위한 허위세금계산서 수취 행위에 대해서도 앞으로 일정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 과세를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현금거래 비중이 높거나 거래질서가 문란한 중점 관리 대상 업종(청량음료 도매상, 유흥업소, 대형 사우나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계속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 기계적.냉혹 이미지 탈피
국세청의 이 같은 세무조사 혁신은 지난달 18일 취임한 전군표 국세청장의 세무 행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전 국세청장은 취임식에서 "기계적이고 냉혹한 세법집행으로 세금을 걷기만 하고 부조리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며 정치적 중립마저 의심받던 과거의 권력기관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날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 실천을 위해 ▲ 편안한 납세 ▲ 공정한 과세 ▲ 섬기는 자세 ▲ 활기찬 직장을 4대 운영 방향으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적 세무조사를 줄인다고 당장 세수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세무조사 횟수와 대상을 확대한다고 세수가 늘고 축소하면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국세청이 진심으로 이해하고 돕는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납세자들도 기꺼이 세금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