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했던 무기명 채권의 프리미엄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무기명 채권은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최고 40%에 이르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이 면제돼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제외됐고 이에 따라 최소 3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면서 재산의 편법증여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상준 부장판사)는 30일 H산업 대표 신모(48)씨가 IMF 외환위기 당시 사들인 무기명 채권 프리미엄 수익에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과세당국이 스스로 나서 관계 법령까지 개정하며 무기명채권에 대한 조세감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고, 프리미엄에 대해 과세특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령 규정이 없는 한 채권 매입자금 범위 내에 그 프리미엄도 당연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무기명 채권의 경우 채권 유통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이 액면가액보다 높게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이유는 금융실명법상 규정된 조세상의 특례라는 예외적 사정으로 인한 것으로 당시 거래계에서는 그러한 프리미엄의 형성은 상당 정도 예상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과세특례의 대상이 되는 특정채권의 매입대금에는 특정 채권의 액면원리금과 함께 프리미엄 상당액도 포함된다고 봐야 하며, 이와 달리 과세특례의 대상을 액면원리금으로 한정한 피고의 처분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부친 자금으로 2002년 5월 액면가액 10억원인 고용안정채권과 9억4천만원인 증권금융채권을 32억여원에 구입해 다음해 금융기관을 통해 25억여원을 상환받았으나 서울 역삼세무서가 취득가액에서 발행가액과 원천징수액을 뺀 12억여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