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관행에 가로막힌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울 획기적인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이외 모든 동산을 담보로 활용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산이 아니라 자산에 붙은 '저당'을 유동화하는 제도의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재경부는 이런 제도들이 민법과 연관돼 있어 법무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동산 등기.등록제도
쉽게 말하면 기업이 가지고 있는 동산을 종류에 상관없이 상업등기소 같은 공적기관에 등기.등록한 뒤 이 등기.등록을 증명하는 서류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현행 민법에서는 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으려면 해당 동산을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동산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예외적으로 자동차.항공기.선박.중장비 등의 동산은 특정기관에 등기.등록을 통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산 등기.등록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해당 동산을 계속 사용하거나 점유하면서도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담보로 제공 가능한 동산은 기업이 소유한 장비, 재고, 일반 채권, 투자채권, 신용장(L/C) 등 모든 종류가 해당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이 현재 보유한 물품 재고를 등기.등록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물품 재고량이 매일매일 변하지만 이 또한 금융상품 설계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또 고가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이 장비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등기.등록함으로써 담보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이 각 카운티마다 이런 등기.등록소를 설치해 동산 등기등록증(파이낸싱 스테이트먼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다고 재경부는 소개했다.
◇저당증권제도
저당증권제도는 자산유동화와 비슷한 개념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 자산을 유동화하는 증권인데 비해 저당증권은 저당을 유동화한 증권이다.
저당증권제도가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저당증권회사를 찾아가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으면 저당증권회사는 이 담보권에 해당하는 '저당증권'을 발행하고 어음처럼 유통시장에서 현금화한다.
저당증권회사는 담보대출을 제공했지만 담보권을 시장에서 유통시키는 순간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행 부동산담보 대출과 같은 형태이지만 자금을 장기로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중기 자금조달 특단의 조치 필요
전병조 재경부 지역경제과장은 "동산 등기.등록제도나 저당증권제도는 부동산담보대출 외에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혀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금융 접근권을 확대해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두 제도 모두 현행 민법의 기본적 권리규정과 연계돼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무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당증권제도가 민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면 '저당증권법' 같은 특별법을 통해서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자산유동화증권 역시 처음 도입 당시 우리 금융산업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현재 기존 회사채 발행 시장을 웃돌 만큼 확대돼 기업의 간접자금조달 시장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기업환경개선종합대책에 두 제도의 도입 추진 방침을 담을 계획이다.
재경부가 두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신성장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인데 은행들의 부동산담보대출 관행 탓에 신성장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