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계획이 지나치게 일상화돼 있고 그 종류도 너무 많아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큰 정부'의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내놓은 '정부계획과 시장경제의 왜곡' 보고서를 통해 "과거의 한시적인 경제개발계획과는 달리 법률에 규정된 정부계획은 일상화.주기화돼 있고 그 수립 및 집행방식도 천편일률적으로 정형화돼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올해 1월 현재 257개 법률에 규정된 537개의 정부계획이 존재한다.
부처별로 보면 건설교통부의 계획이 91개로 가장 많고 이어 환경부(79개), 농림부(55개), 산업자원부(50개), 해양수산부(40개) 등 순이다.
이처럼 만연한 정부계획은 '작은 정부'로 가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쉽게 축소되거나 개선되기 어렵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같은 정부계획들은 △수립과정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데 따른 이해상충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시장점유를 사실상 담보하는 선점효과 △소비자간, 사업자간, 지역간 교차보조로 인한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 차단 △공공기관과 공기업 활동의 진작과 이들의 참여를 통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 등 형태로 시장경제를 왜곡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많은 정부계획이 법에 의해 규정됨으로써 구속력을 갖게 되고 이를 운영하는 정부부처는 손쉽게 관련 인원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관련 정부산하기관들도 법에 규정된 계획기능을 지원하고 대행하는 업무를 맡게 돼 결과적으로 법에 명시된 정부계획은 '큰 정부'로 나아가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로 전력수급계획을 분석한 결과 이 계획은 공기업이 담당하는 대용량 발전설비의 선점효과로 인해 단기적 수급조절이 용이한 민간의 가스발전소 건설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전력설비의 수급조절 기능을 오히려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다른 사례인 주택수급계획 역시 국토의 이용 및 건설과 관련된 각종 정부의 규제와 택지공영개발에서 민간 업체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수도권의 택지는 비싸게, 지방은 싸게 공급함으로써 지역간 교차보조를 수행하는 등 시장을 왜곡하고 주택의 수급조절이나 공급능력 확충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계획은 암묵적 규제로 작용하거나 기존의 규제를 일관성있게 구조화하는 틀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새롭게 법률에 나타나는 규제만 심사할 것이 아니라 정부계획과 같이 규제개혁을 우회하는 장치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