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는 물론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공급 우위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 논란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율 하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수출업체들은 외평기금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에 환율안정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는 모습이다.
◇ 원화, 엔화.달러화 대비 초강세 =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30원 떨어진 952.2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7월 25일 952.10원 이후 근 두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다섯달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7.10원으로 마감하며 지난 4월21일 100엔당 806.60원 이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초 840원대로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상승세를 반영하지 못하자 하락세를 지속했다.
◇ 달러 매수주체 부재 =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 세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달러 매수를 주도해 온 역외세력은 한.일간 금리 격차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를 자제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내 원화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달러나 엔화 대신 원화를 사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까르푸 매각대금의 환전 처리가 대부분 완료됐다는 소식도 달러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 당국 방어 의지에 의구심 = 특히 환율 급락을 제어할 외환당국이 막대한 외평기금 손실에 따른 부담으로 방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매도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해말까지 외평기금 누적 적자가 17조8천억원에 달한 데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시장개입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 감시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당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2004년 국정감사를 전후해 나타난 환율 급락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004년 10월초 1천150원대였던 환율은 외평기금의 변칙 활용을 통한 손실이 드러나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뒤 급락세를 보이며 연말 1천30원대로 떨어졌고 올초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월말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매물이 쏟아지면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이 의지를 보여줄 필요 있다"고 말했다.
◇ 수출업체 초조 ..당국 "입장 변화 없다" = 환율이 하락세를 재개하자 수출업체들이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원.달러 환율보다 큰 원.엔 환율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중고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 수입시장에서 석유제품과 평판디스플레이 품목을 제외한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 1.4분기 4.0%, 2005년 1.4분기 3.7%, 2006년 1.4분기 3.5%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신승관 박사는 "올들어 8월까지 대일 수출이 11.2% 증가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마이너스 상태이며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도 재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다"며 "외평기금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으나 국익 차원에서 바라보고 환율안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외평기금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안정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일부 세력이 외평기금 환평가손 등에 편승해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