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다국적 기업의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영국 세무당국이 법인세 인하경쟁에 동참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최근 영국내 다국적 기업 가운데 보험업체 2개가 주소지를 법인세가 낮은 버뮤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대기업 중 하나인 GUS는 영업활동의 대부분을 아일랜드로 옮겼다.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영국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예 최근 2년 동안 조세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들에 유럽 지주회사 주소지로 영국을 선택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EU 내 법인세율은 최대 4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회원국별로 천차만별이다.
독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38.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이탈리아 37.3%, 스페인 및 몰타 각 35.0%, 영국 30% 순인 반면 키프로스 10.0%, 아일랜드 12.5%,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 각 15.0% 등의 순으로 낮다.
영국이 법인세를 현 30%에서 EU 평균인 25% 수준으로 내릴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인하폭으론 다국적기업의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고 대폭 인하하자니 당장 세수에 구멍이 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조세정책 수석자문위원을 지낸 크리스 웨일스는 EU 회원국들의 법인세가 앞으로 평균 15% 수준으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영국 세무당국의 입장에선 지난달 유럽법원의 새 판결로 다국적기업들이 유럽에서 법인세가 낮은 국가들에 지사를 설립해 절세하는 방안이 한결 쉬워진 점도 큰 부담이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거대 음료회사 캐드버리 슈웹스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유럽내 세금이 낮은 국가들에 지사 등을 설치하더라도 실제 경제활동을 수반할 경우 세금 회피 행위로 취급돼선 안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EU 법원 판결로 영국이 기업의 해외 이윤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세무당국이 해외 이윤 과세를 폐기할 경우 기업들에 영국에서 돈을 빌려 해외로 투자하는 행위를 촉발할 것이고 이는 금리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해야 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금리 세금공제 폐지는 다국적 기업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로부터도 엄청난 반발을 살 것으로 영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EU 내에서 우려하는 만큼 법인세 인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라즐로 코바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EU 내 법인세 인하경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도한 인하경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영국을 보다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며, 영국 정부가 이를 외면할 경우 기업들도 영국을 외면할 것이란 점에서 영국 세무당국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