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표현이 달라지고 있어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임 이후 한결같이 거시정책의 '미세조정'을 강조했던 권 부총리는 9월 들어 '리밸런싱(재조정)'이란 표현을 사용해 정책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북한의 핵 실험 이후에는 사실상 경기부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기관리'란 단어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권 부총리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위적 경기부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경기관리'라는 새로운 용어를 동원했다.
권 부총리는 "성장잠재력 이하로 경기가 하락할 경우 일정 수준의 대책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거시경제 정책당국의 당연한 책무"라며 "그런면에서 단어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경기관리', 즉 성장잠재력 수준까지는 경기를 유지하는 것을 거시경제정책의 원칙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북핵 사태 및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 성장률 하락이 예상될 경우에 거시경제 정책을 동원할 수 있으며 이는 '인위적 경기부양'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당국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경기관리'라는 것이 권 부총리의 설명이다.
이날 '경기관리'라는 단어를 쓰기 앞서서도 권 부총리의 거시정책에 관한 표현은 조금씩 달라져왔다.
권 부총리는 지난 7월18일 취임 이후 2개월 가량은 고유가와 환율하락, 경제지표 악화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세조정'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권 부총리는 취임 이후 "총체적 국내총생산(GDP)은 나아지고 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물과 심리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며 경제정책의 큰 기조는 유지하되 '미세조정'을 통해 보완해 나가는 선에서 정책적 대응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지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5분기 만에 최저인 0.8%에 그치고 취업자 증가 수도 정부 목표치인 35만명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되자 권 부총리의 발언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 권 부총리는 "올해는 거시경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미세조정'(fine tuning)하는 선에서 대응했지만, 내년에는 거시경제 운용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리밸런싱'(rebalancing)을 해나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인위적 경기부양 없이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세조정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재정 투입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경기 살리기에 나설 수도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이다.
'리밸런싱' 가능성을 검토해오던 권 부총리에게 지난 9일 실시된 북한 핵 실험은 거시경제정책의 기조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했다.
북 핵 실험 직후인 지난 13일 국회에서 권 부총리는 "북한 핵 실험은 최대의 경기 하방위험 요인"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 5.7%에서 하반기 4.3%로 낮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상당한 조정을 겪고 있다는 뜻이며 그런 의미에서 '리밸런싱'은 거시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인정했다.
결국 권 부총리의 거시정책기조는 '미세조정'에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리밸런싱'으로 바뀐 뒤 다시 북 핵 실험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3개월 만에 '경기관리'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