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수술하기 위한 개혁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기회있을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해온 정부는 다음달부터 공공기관들이 경영사항을 공시하고 직무청렴계약을 맺도록 하는 한편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국회통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공기업들의 과도한 임금 지급과 비리, 밀실 인사, 풀어진 업무 기강 등 도덕적 해이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 공공기관 개혁 전방위 압박
정부내 최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공기업 개혁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한명숙 총리는 지난 3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국정감사에서 정부 소속기관과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면서 "비리 관련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의 방식으로 엄정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은 이에 따라 정부 소속기관과 공기업 등의 출장비 및 법인카드 유용, 부당 퇴직금 지급 등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현상을 부처별로 중점 점검해 비리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 문책과 형사고발조치 등을 취하는 한편 이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점검관리 시스템을 강구할 방침이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같은 날 성균관대 특강에서 "불공정행위의 개연성이 큰 공공사업자 30개를 중점 감시대상으로 선정, 공공사업자의 독과점력 남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10개 공기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완 기획처장관은 지난달 31일 제1회 공공기관 감사혁신포럼에서 "공공기관 혁신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분명히 향상됐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연말까지 청렴의무 계약
기획처는 224개 공공기관에 '임원 직무청렴계약제도 시행지침'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이들 공공기관은 이 지침을 토대로 올해 말까지 상임 임원들과 청렴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침은 부패방지법, 국가공무원법, 내규 등에 의해 임직원이 지켜야할 청렴 의무사항을 위반할 경우 직책금.상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지급을 취소.정지하고 환수토록 했다.
기획처가 공문에서 예시로 제시한 금지사항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뇌물 등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 ▲직위.비밀 등을 이용해 이권개입.알선.청탁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행위 ▲직위를 남용해 직무 관련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 ▲직무상의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 등이다.
재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임원의 직무 비리가 발생할 경우 법령에 따른 형벌외에는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경영위험공시 다음달부터 시행
'경영위험 공시제도' 시행지침은 경영정보 공개를 통한 또다른 개혁 압박에 해당된다.
국민들이 공공기관들의 경영 현황 등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 경영진이 감히 방만한 경영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더욱이 경영진이 노조에 약속한 협약.협정.약속 내용을 공개토록 함으로써 노조에 의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경계했다.
기획처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내용도 반기별로 공시여부를 재검토해 그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되면 즉시 공개토록 했다. 비공개 대상인 경우도 가능한 수준에서 부분공시, 요약공시등의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미 공시된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시토록 했다.
기획처는 경영공시가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처는 지침 공문에서 "장래 경영부담을 초래할 경영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매번 사건 발생후에나 국민들이 알게되면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경영공개는 경영진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도모해 재무건전성과 대국민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 공공기관운영법 제정에 적극 나서
정부는 근원적으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막고 인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운영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열린 국무회에서 전 국무위원들이 이 법률 통과에 노력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지난 6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이 법률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산하기관)의 기관장.상임이사.비상임이사.감사를 뽑을 때는 반드시 임원추천위의 추천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기업의 기관장.비상임이사.감사,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감사는 임원추천위 심사 뿐 아니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추가로 받도록 했다.
임원추천위는 해당기관의 비상임이사와 이사회 선임 인물로 구성하되, 이사회 추천 인물이 과반 미만에 머물도록 했다. 기획예산처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전반을 관장하는 조직으로 정부 인사와 각계의 민간인 20명 이내로 구성하되 민간인이 절반을 넘도록 했다.
이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획처 관계자는 "여야는 공공기관운영법안을 곧 상정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이 법률이 시행되면 공공기관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