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대상을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대출규제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현재 투기지역은 5개구(區)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국한돼 있지만 과열지구로 대상이 넓어지면 되면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DTI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경우 투기수요와 자영업자들은 물론 비투기지역의 고가주택을 구매하려던 일부 실수요자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과 송파, 분당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은 대부분 이미 투기지역인 만큼 투기과열지구로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새롭게 규제를 받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 "실수요자 피해 입을라" =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DTI 규제대상을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게 되면 적용대상이 되는 주택이 수도권 전역으로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투기수요의 진앙으로 지목한 강남권 주택들은 이미 DTI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지만 경기도 권역이 새로운 영향권에 들면서 애꿎은 피해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이쪽(강남)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 대부분이 6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적용대상에 투기과열지구를 추가한다고 해서 새롭게 규제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경기도 지역 등 다른 지역의 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정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근로소득자라 하더라도 DTI 규제 범위가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DTI 적용시 소득이 증가할 수록 대출여력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연 소득 5천만원 내외인 일반적인 경우라면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적용할 때에 비해 대출금액이 크게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송파지점 관계자는 "연 소득이 3천500만원인 근로자가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타행대출이 하나도 없다면 현재 2억7천만원에서 대출이 가능하고, DTI가 적용되면 1억6천5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대출자금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근로소득자가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투기세력ㆍ자영업자도 타격 불가피 = 이번 조치로 근로소득자들은 물론 일부 투기세력, 그리고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경향이 있는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DTI가 적용되면 소득증빙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소위 '아줌마 부대'의 대출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소득을 투명하게 증명하지 않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한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역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실제 주택구입자금이라기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 조달 등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 보다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을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성격은 거의 후순위이며, 자영업자들이 급한 사업자금용으로 모자라는 돈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영업자들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기본적으로 대출규모가 작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거래를 해 온 만큼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실질적인 영업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非투기지역 대출창구 '북새통' =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하루 종일 주택자금 대출 수요자들도 혼란을 겪었다.
특히 도봉구와 노원구, 중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등 서울지역 비투기지역에는 오후 늦게부터 대출상담이 몰렸다.
시중은행 중랑지점 관계자는 "오후 들어 투기과열지구내 6억원 초과 주택에 DTI를 적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출한도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모 지점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새 한달 동안 있을 대출수요가 다 발생했다"면서 "평상시보다 대출신청이 6~7배는 많았으며 심지어 내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발표를 앞두고 오늘 아침에 와서 오후까지 대출을 완료해달라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