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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환급' 전화는 일단 의심부터"
[연합뉴스 2006-11-16]
"허술한 외국인 계좌 개설 관리도 문제"

 

최근 국세청이나 건강보험공단 직원 등을 사칭한 세금ㆍ보험료 환급 사기 사건은 피해자의 부주의와 시중은행 계좌 개설의 허점이 빌미가 된 것으로 지적됐다.

 

송모(45)씨는 8일 오후 3시께 "국민건강보험공단인데 납입한 보험금을 돌려받게 됐으니 지금 즉시 연결을 원하면 1번과 9번 버튼을 눌러달라"는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를 받았다.

 

보험금을 환급받는다는 '반가운' 소식에 송씨는 연결을 시도했고 수화기 너머에선 한 남자가 "건강보험공단 환급담당 직원이다. 얼마나 환급해야 할지 조회해야 하니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 계좌번호와 계좌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송씨는 요구대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알려줬고 "조회 결과 보험료 65만3천2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바로 입금할 테니 현금카드나 통장을 갖고 가까운 은행 현금입출금기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근처에 있는 모 은행 지점으로 갔다.

 

잠시 후 송씨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와 "현금카드를 넣고 계좌이체 버튼을 눌러라. 건강보험공단 환급 계좌번호와 인증번호를 일러줄 테니 그대로 따라하라"고 했고 송씨는 시키는 대로 계좌번호와 인증번호 '09995860'을 눌렀다.

 

송씨가 누른 계좌번호는 범인이 위조여권을 사용해 만든 계좌번호였고 인증번호 '09995860'은 이체할 금액 999만5천860원이었다. 앞에 붙은 0은 인증번호로 믿게끔 하기 위해 붙인 '허수'로 입출금기 화면에 표시되지도 않고 이체 금액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경찰은 최근 이 같은 세금ㆍ보험료 환급 사기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세금이나 보험금을 환급해준다는 말에 현혹된 피해자들이 자신의 개인 금융정보를 알려주고 무심코 계좌번호와 이체금액을 눌러버리는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범행 수법이 이처럼 치밀하고 교묘하더라도 의심스러운 전화가 걸려오거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을 요구받을 때는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은 또 외국인이 여권만 제시하면 외국인 등록이나 여권의 위조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계좌를 개설해주는 시중 은행의 계좌 개설 관행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범인들은 처음엔 홍콩 등지에서 범행을 저지를 계획이었지만 홍콩은 계좌 개설 조건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범행 대상을 한국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홍콩에서 만들어 들여온 위조여권을 시중 7개 은행에 제시하면서 계좌 개설을 신청했으나 모두 아무런 의심 없이 '오케이(OK)' 사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외국인 계좌 개설 관리가 철저히 이뤄졌다면 범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의 여권은 그 자리에서 간단히 만기 여부 정도만 확인하는 실정"이라며 "대사관에 일일이 확인하자면 업무가 지연돼 정교하게 위조된 여권은 금융 당국의 실명 확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손쓸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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