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펀드(Off-Shore Fund) 운용사들이 과세 근거자료 제출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정부측에 비과세 혜택을 요구함에 따라 해외펀드 비과세 대상이 확대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과세자료 제출에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제출한 자료에 대해 신뢰도를 입증할 수 있는 지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아직은 가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일각에서는 역외펀드 운용사들의 이런 요구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과세 근거자료 제출 가능" =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은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부과되는 15.4%로 한정됐다. 반면 배당 등을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에 설정된 펀드(On-Shore fund)의 경우 주식 매매차익에 의한 소득과 배당 등을 통해 발생한 기타 소득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설정돼 판매되는 상품의 경우 이를 구분할 만한 근거자료가 없었던 것.
그러나 국내 판매 비중이 가장 큰 피델리티와 블랙록,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 등 역외 운용사들이 이런 기술적인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과세 혜택을 요구했다.
또 이에 대해 정부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외펀드는 물론 역외펀드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오브펀드 역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한국.홍콩.중국.싱가포르 담당 총괄대표인 에반 해일은 22일 "피델리티 뿐만 아니라 블랙록, AB 등 역외펀드 운용사들도 주식거래 관련 순자산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가지고 그동안 재경부 김성진 차관보와 직접 대화를 해왔으며, 구두로나마 긍정적인 언질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역외 자산운용사들은 실무자 그룹을 가동해 과세 근거자료 제출 방식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 외부감사 통해 자료 신뢰성 확보 = 피델리티측 주장만을 놓고 본다면 역외펀드나 펀드오브펀드가 비과세 혜택을 받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없고,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외 운용사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과세 근거 자료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피델리티측은 이에 대해 외부감사를 통해 과세 근거자료를 검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해일 대표는 "유사한 사례가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도 있었는데, 이때는 외부감사를 통해 검증된 자료를 제출했었다"며 "현재 실무그룹에서 논의중인 방식도 이와 유사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보다 규제가 강한 곳에서도 외부감사를 통해 검증한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 정도면 충분히 신뢰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재경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역외펀드 주식 양도차익 분배금에 대한 비과세 문제와 관련, 외국의 유사사례 및 기술적 측면에서의 집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역외 운용사들의 요구 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 업계 반응은 '글쎄' = 그러나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역외 운용사들은 역외펀드 판매 동향 자료조차 일정 시차를 두고 제공해 올 만큼 소극적이었다"며 "이런 역외운용사들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은 한국시장을 위해 완벽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감사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신뢰도 높은 감사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비교적 규제가 약한 한국시장에서 혜택을 누려온 역외 운용사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등의 경우 역외펀드 판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며, 유럽역시 유로 회원국에서 설정된 펀드가 아닌 경우 규제가 심하다"며 "이런 가운데 역외운용사가 세제혜택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이를 허용해준다면 정부측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